<일상>
"너희들은 나의 아픈 손가락들이야."
"맞지. 사실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일 거 같은데..?"
"말해 뭐해."
약 3~4년 전엔 사회생활을 하며 알게 된 사람들이 하나둘 사랑의 결실을 맺어갔다. 그러한 지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친구들은 언제쯤 식을 올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 즈음이었다. 20년 2월, 한 명의 친구가 처음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 당시엔 마스크를 낀 채, 고속버스를 타고 식장으로 향했다. 친구가 처음 가는 모습이 그저 낯설게만 느껴지던 때였다.
그로부터 어느덧 4년이 흘러갔다.
이번엔 두 명의 친구가 한 달의 텀을 두고 결실을 맺게 됐다. 한 명은 5월, 다른 한 명은 6월. 청첩장 모임을 하기로 한 날, 때마침 자신의 청첩장도 나왔다며 같이 나눠줘야 하냐며 고민하던 친구. 식을 앞두고 실질적으로 모일 수 있는 날이 없을 것을 염려하여 한 번에 두 장의 청첩장을 나눠주기로 했다.
정각에 맞춰 도착햇을 땐, 나를 제외한 모두가 이미 도착하여 불판에 고기를 굽고 있었다. 그렇게 한 자리에 모인 6명의 사내들.
"너만 자기소개 하면 돼."
"자기소개?"
"네 소개랑 근황정도 이야기하면 돼."
"아~ 저는 아직 환자이구요. 요즘 계속 야근 중에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너는 언제 가냐?"
"...? 일단 소개부터 시켜주고나서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
"배수의 진 작전 알지? 올 해 말에 식장을 먼저 잡아. 그럼 어떻게든 갈 거야."
"맞아 요즘 환불도 다 해줘. 일단 예약부터 하자."
"...???"
그렇게 짧은 자기소개를 마치고, 화두는 조만간 아버지가 되는 친구에게로 향한다.
"애 이름은 정했어?"
"아니 고민 중이야."
"그럼 태명은 있어?"
"있지. ○○ 이야."
예상 외의 태명이 나와 그 이유를 잠시 듣는 시간이 지나고, 이름과 관련된 여러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리고 던지는 예비 아버지의 한 마디.
"에휴..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는 쓰지 않겠습니다."
식후 커피를 마시며 청첩장을 나눠받는다. 내 이름 두 글자가 쓰여있는 청첩장이 두 장. 어쩌면 아픈 손가락들이었지만, 한편으론 각자의 자리에서 멋드러지게 빛나고 있는 자랑스런 친구들의 앞날에 축복을 빈다.
행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