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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한 밍 Apr 26. 2023

고고학적 시점에서 바라보는 어렵지 않은 인류 발전 과정

밍의 책장 #2 <총균쇠 - 재레드 다이아몬드>

○ <총 균 쇠>가 도달하기까지


  22년 10월 9일 일요일,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 병원으로 잠깐 찾아왔다.
필요한 게 있냐는 친구의 말에 <총 균 쇠>를 사다 줄 수 있냐는 말에 흔쾌히 요청을 수락해 주었다.
워낙 유명한 책이기도 하고, 어렵기로 악명(?)이 자자한 책이어서 한 번쯤은 읽어보고 싶단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지내는 이 기회에 한 번 읽어보고 싶단 결심을 하게 됐다.

친구들이 사다 준 책과 목베개


  책을 처음 집어 들고 초반부는 쭉쭉 읽어나갔다. 심지어 재밌었다.
치료 사이사이 쉬는 시간, fes 전기자극 붙여놓는 시간, 밥 먹기 전후 틈틈이 쭉쭉 읽어나갔다.
책을 받고 약 2주일이 지났을 무렵, 어느덧 1/3을 지점을 향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순간 턱 하니 막히는 느낌이 들더라. 책장을 넘기기에 조금 버거운 느낌.
결국 다른 책을 먼저 집어 들게 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3년 2월 말 즈음 다시 총균쇠를 집어 들게 됐고, 약 3주의 시간에 걸쳐 남은 2/3 분량을 해치울 수 있었다.




○ 내 기억을 중심으로, 인상에 남는 내용들


  총균쇠는 뉴기니의 정치가 얄리의 질문을 전통으로 관통하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저자는 이 내용에 대해 역겨운 인종주의적 설명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배척하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다.
이 질문에 대답을 제시하기 위해 저자가 내세우는 내용은 '환경'이다.


  초기 인류가 어떠한 '환경'을 마주 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삶의 발전 과정은 서로 상이하게 나타난다.
여기 기억에 남는 몇 가지 내용을 남겨보고자 한다.


→ 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라시아 대륙 간 확산 속도가 다른 점에 관하여
  초기 인류는 수렵·채집 활동을 통해 삶을 유지하였다.

야생 동물을 사냥하고, 야생 식물을 채집하며 먹거리를 충족했고, 또 다른 수렵·채집 활동을 위해, 외부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거주지를 끊임없이 옮겨 다녔다.

보다 수월한 사냥을 위해 야생 동물을 가축화하였고, 군집을 이루면서 야생 식물의 작물화를 통해 먹거리를 충족하였다.


  이때 각 대륙에 분포되어 있는 인류의 발전과 확산의 속도에 영향을 미친 것은 그들의 초기 '환경'이다.

  유라시아 대륙은 세로에 비해 가로로 넓은 형상을 띄고 있다.

야생 식물의 작물화를 통해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할 수 있던 인류의 재배기술이 보다 원만하게 확장될 수 있는 여건을 지니고 있었다.

위도가 엇비슷한 위치에 지역들이 분포되어 있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비슷한 기후덕에 보다 쉽게 식량 재배 기술이 널리 뻗어나갈 수 있었다.


  또한 넓은 초원지대와 강 유역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인류는 가축화를 시도할 수 있는 동물군의 수가 비교적 많았고, 개, 소, 돼지 등 사냥에 도움이 되는 동물뿐 아니라 식량 재배에 도움이 되는 동물 및 식량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동물을 가축화하는데 더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고, 가축화에 보다 수월하게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상대적으로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유라시아 대륙


  반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은 가로에 비해 세로로 긴 대륙의 모양을 지니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식량 재배술이 확장됨에 많은 제한점이 따랐다.

위도에 따른 기후가 다르다 보니, A지역에서 성공적으로 기르던 작물이 B지역에서의 다른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재배에 실패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아프리카 대륙은 사막 이남과 이북의 기후가 워낙 달랐기에 재배 기술의 확장에 대한 어려움이 더 따랐다.


  또한 아메리카 대륙은 거친 산맥 지형, 아프리카 대륙은 사막을 중심으로 건조한 기후 등 유라시아 대륙에 비해 동식물이 자라기엔 척박한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가축화를 시도할 수 있는 동물의 수가 애당초 적은 환경이었다. 그렇기에 가축화가 더 더딜 수밖에 없었고, 가축화에 성공한 가짓수도 유라시아 대륙의 인류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위도차가 많이 나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식량, 가축 확장이 어려웠던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


→ 유럽과 중국, 중국이 유럽에 비해 세계적인 강대국이 될 수 없던 점에 관하여

  오늘날에야 강력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전 세계 GDP 2위로 뛰어오른 중국이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유럽에 비해 발전이 많이 더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로부터 인류가 점차 팽창하기 시작한 지역인 반면, 중국은 전 세계 몇 안 되는 초기 식량생산 발원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만큼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중국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먼저 유럽을 한 번 살펴보자.

지금은 EU라는 하나의 강력한 연합체를 이루고 있으나, 이것은 연합체일 뿐 지도를 들여다보면 여러 국가가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실정이다.

예로부터 유럽은 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힘이 강한 민족/부족이 그렇지 않은 쪽을 잡아먹기 위한 행태가 지속되었다.

그 여파로 각 지역에 뿌리내린 민족은 그 전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삶과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유럽 대륙은 전 세계적에서 가장 강한 패권을 갖추게 되었고, 제국주의를 바탕으로 한 식민 정책을 펼치게까지 이르게 된다.


  예를 들어,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을 위한 투자지원을 받기 위해 여기저기 요청하던 때, 스페인에서 그것을 유일하게 허락해 주었다.

그 결과 스페인 왕국은 막대한 부를 쌓게 됐고, 그걸 지켜보던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각 국가도 경쟁적으로 해당 산업 발전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으로 그치지 않고, 더 앞서기 위해 발버둥 친 결과이다.

여러 독립국가로 존재한 유럽. 그들의 발전은 경쟁적이었다.


  반면 중국은 어땠을까?

물론 중국도 춘추전국시대처럼 수많은 나라가 국경을 맞대며 치열하게 싸운 역사가 있다.

하지만 결국 중국은 일찌감치 통일왕조를 이루고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이뤄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중앙집권체제가 중국의 발목을 붙잡고 말았다.

바로 옆 대륙에선 치고받고 싸우며 경쟁적으로 그들의 무기체계, 정치체계 등을 발전시켜 나가는 반면, 중국에선 중앙집권의 눈 밖에 벗어나는 것은 모조리 없애기 일쑤였다.

선박 제조를 위한 조선소를 모두 다 해체하며 해양 항해를 금지된 것 마냥.

이 일시적인 결정으로 다시 항해를 위한 선박을 건조하려고 해도, 참고할 조선소는 이미 한 곳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중국의 거대한 통일왕조가 발전을 발목 잡았다.


  이러한 영향에는 지리적인 특성이 한몫 톡톡히 했다.
유럽 일대의 여러 높은 산맥으로 구성되어 있어 언어, 민족, 정치 등의 면에서 독립적인 국가가 형성되고 유지될 수 있었다. 반면 중국과 티베트고원 일대에 위치한 산맥은 이러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중국은 황하와 양쯔강이 일찍이 하나의 지역으로 통합되며 하나의 강한 통일왕조를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 한국과 일본, 일본의 조상은 어디서부터 출발하는가?
  증보판엔 흥미로운 주제의 내용이 있다.

현시대 일본인의 조상을 과연 어디서부터 출발한 것일까?

  먼저 홋카이도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 아이누족이 있는데, 그들은 일본인이 1615년 홋카이도에 세운 무역 거점에서 일하며, 일본인에 의해 보호 구역으로 몰아넣어졌으며,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말살하기로 결의했고 그 결과 아이누어는 소멸해 버렸다.

  고대 일본인이라 불리는 조몬인.

그들은 규수 지방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영위하며 토기를 발명하고 많은 양의 해산물을 섭취하였다.

그러다 대한해협을 통해 건너온'야요이'라 일컬어지는 생활양식을 갖춘 야요이족과 마주하게 된다.

  야요이족은 당시 한국에서 출토된 토기와 농경재배 문화의 것과 굉장히 유사했다.

야요이 농경문화는 규슈 지방의 급작스러운 인구 증가로 이어졌으며, 여타 일본 지역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럼 현대 일본인의 조상은 어떤 사람일까? 조몬인? 야요인? 혼혈? 여기엔 세 가지 학설이 존재한다.
1. 조몬인의 수렵·채집민 자체가 점차 현대 일본인으로 진화했다는 학설이다.
조몬인은 수천 년간 마을을 이루고 정착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농업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야요이 시대로 변화한 것은 식량 생산 증가와 인구 증가가 일어날 수 있게 한 농업에 대한 정보만을 얻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학설이 설득력일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의 최소 1만 2천 년 이상의 독자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며, 특히 한국에서부터 유전자가 들어왔다는 내용일 일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야요이 시대의 변화는 많은 수의 한국인이 그들의 농업기술과 문화를 들고 일본으로 이주했다는 학설이다. 규슈 지방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하기 때문에 벼농사에 더 적합한 곳이다. 이에 야요이 일본은 한국에서의 이주자를 많이 받아들였고 그 결과 조몬인의 유전자를 압도했을 것이라는 학설이다. 이 학설은 현대 일본인은 한국인 이민자들의 후손이라는 뜻이다.

3. 한국에서 이주한 것은 인정하나, 위의 학설처럼 그 규모가 대단하지는 않았다는 학설이다. 다만 식량 생산성이 조몬인에 비해 월등히 높다 보니, 인구 속도의 증가가 조몬인보다 빠르게 일어나 결국 조몬인을 압도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전학자들에 따르면 아이누인/조몬인 보다 한국인/야요이 쪽이 우세하다는 편이다.
재밌는 건 한국과 일본은 서로가 서로를 지배했다고 투닥거리는 형국이란 것이다.



○ <총 균 쇠>를 마무리하며


  책은 전체적으로 많이 무미건조하다.

'역사'를 다루는 내용이어서 그럴까?

만약이란 없고 결과론적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아니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라는 결과가 도출된 것은 A라는 원인/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단 맥락이 컸다.
내용도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책장 한 장 한 장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건 덤.

5쪽 이상 읽은 순간부터 내가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잊어먹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되돌아가서 읽기엔.. 부담이 많이 느껴졌다.


  만약 이 책을 꼭 읽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한 가지 질문을 통해 독서습관(?)을 파악한 후 추천유무를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Q. 평소에 어떤 책을 읽는가?
A. 소설 등을 읽는 사람이라면 매우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다. 감성이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사막과 같은 건조함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반면, 단순 정보전달 글을 자주 접하고, 재밌게 읽는 사람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는 책이다. 고고학적 시점에서 바라보는 인류 발전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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