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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한 밍 May 03. 2023

전 클래식기타 공연장을 만들고 싶어요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1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 꿈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중 상당수는 으레 나의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OO님은 꿈이 있어요?"


  사전 예고 없이 불쑥 던져지는 질문에 상대방의 눈빛엔 당황스러움과 얘는 뭐지 하는 기색이 서린다.


"꿈이요? 글쎄요.. 딱히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간혹 눈빛을 반짝이는 사람들을 등장하는데, 이들은 마치 이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제 꿈은 △예요. 제가 일을 하면서~~"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뜸 받은 질문을 나에게 고스란히 돌려준다는 것.


"밍님은 꿈이 뭐예요?"

"전 건물주가 되는 게 꿈이에요."

"에이 그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꿈 아닌가요?"

"물론 그럴 수 있겠죠. 전 그 건물에 각 층별로 공간을 나눌 거예요. 임대를 줘서 수익을 얻는 공간이 아닌, 순수한 제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그 건물에 무조건 클래식기타 공연장을 만들 거예요."




  클래식기타와의 인연은 고등학교 3학년 겨울로 올라간다.

수능을 마친 그 해 12월, 입시를 마치고 집에서 하릴없이 빈둥빈둥거리고 있을 때.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낙원상가에 기타를 사러 간다는 친구의 말에 혹해 나도 덩달아 따라나섰다.

그날 돌아오는 길엔 내 등에 클래식기타 한 대가 메여있었다.

사진 속 기타는 전역 후 모아둔 돈에 용돈 보태 산 클래식기타. 당시 상병 월급 8만 원이었다.


  이왕 기타를 샀으니 집에 고이 장식품으로 쓰기엔 아까운 터.

대학교에 들어가 곧장 클래식기타 동아리에 가입, 본격적인 취미 기타 생활을 시작했다.


  조금 큰 다락방 크기 남짓의 작은 동아리 방에서 기타를 배우고 연습하고 동아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공간마저 사람이 가득가득 차면 건물 복도에서 기타를 배우고 연습하곤 했는데, 어찌나 그렇게 눈치가 보이던지..

좁은 복도 통로 한쪽을 차지한 채 선배로부터 기타를 배우고 있을 시간이면 괜스레 복도를 오며 가는 사람들의 눈치를 열심히 살피곤 했다.


  외부 강사의 레슨을 받을 땐, 매번 빈 강의실을 찾아 돌아다녀야 하기 일쑤였다.

교내 관련 부서에 연락해 빈 강의실을 찾아 예약하고, 레슨 강사에게 전달하고.
레슨 당일, 막상 그 교실을 찾아갔을 때 누군가 사용하고 있을 땐, 자초지종 설명하고.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매주 겪어야만 했다. 정말 번거로운 일이 아니려야 아닐 수 없다.


  동아리 연주회 연습 장소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관련 부서에 방학 내 빈 강의실 장기 사용을 신청했고, 부서에서 배정받은 강의실에서 연주회 연습을 했다.

이때도 해당 교실이 계속 고정되어 있던 건 아니었다.

계절학기 시즌엔 강의실이 마땅치 않아 동아리방이나 학생회관 복도에서 연습했고, 설령 강의실에서 연습한다 한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기 일쑤였다.

연습 강의실은 여름엔 더웠고, 겨울엔 추웠다.


  연습하는 시간보다 기타와 발판, 보면대, 난로 등등.

각종 연습에 필요한 도구를 짊어진 채 움직이는 그 짧은 시간이 제일 귀찮은 작업이었다.




  동아리 연주회를 위한 장소 대관이 제일 치열(?)했는데...

교내엔 소극장이 하나 있었다. 진짜 단 하나.

학기 초엔 각 공연 관련 동아리와 학과 소모임 행사가 피크를 이룰 시기였던지라, 신청 일자 전날 관련 행정부서 사무실 앞엔 진풍경이 펼쳐진다.

소극장을 예약하기 위해 관련 동아리, 학과 소모임들이 서로 각자의 단체명을 써놓은 의자들이 주르륵 줄을 이루곤 했다.


  어찌어찌 소극장을 대관하는 데 성공했으면 다음은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소극장 크기에 반해 턱없이 열악한 난방시설.

난방기를 틀기 위해 연료를 받아 채워 넣어도 영 따뜻해지지 않았다.

2-3월 아직 한창 추울 시기에 오들오들 떨어가며 핫팩 두세 개를 손에 꼭 쥔 채 꾸역꾸역 무대를 채워갔다.

학교 소극장은 추웠다. 손님으로 온 친구, 부모님도 추워했다. 소리는 공간에 먹히기 일쑤.


  소리도 영 맘에 들지 않았다.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공간이 전혀 아니었다. 클래식기타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장소.

소리를 내면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벽이 우걱우걱 악기 소리를 먹기 일쑤였다.

이러니 악기 소리가 전달될 일이 없..지....


  한번은 음악과와 어찌어찌 컨택이 되어 그들의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와.. 손도 안 시리고 소리도 잘 울려 퍼지고. (긴장에서 손이 달달 떨리는 건 똑같더라)

진짜 맘에 드는 공간이었다.

왜 여태껏 음악과와 컨택할 생각을 일절 하지 않았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된 때였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지만, 난 장인이 아니므로 맘껏 탓할 거다.




  동아리 활동을 하던 어느 날.

한국대학생클래식기타연합회 회의에 참석하게 됐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타 학교와의 교류.

해당 자리에서 평소 궁금했던 것을 회의에 참석한 타 학교 클래식기타 동아리 회장단들에게 물어봤다.


"혹시 학교에서 연주회 준비할 때 연습은 어떻게 하세요?"

"빈 강의실에서 하거나 동아리방에서 하곤 해요."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덥진 않으세요?"

"하.. 맞아요.. 그게 제일 힘들어요. 좀 열악하죠."


  다른 학교도 크게 다를 바 없구나.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건 왜일까?

타학교 클래식기타 동아리도 열악한 환경에서 연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일까?


'다른 학교 학생들도 열악한 환경에서 연습하는 건 별반 다를 바 없구나.'




  그러던 중 문득 클래식기타 전용 공연장을 만들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기타 동아리를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여, 그럴싸한 공간에서 그들의 소리를 맘껏 누리게 하고 싶더라.

학생들의 공간 대여비는 무료.

동아리 활동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그들만의 낭만을 맘껏 즐기게 하고 싶다.


  내가 경험했던 춥고 치열했던 그런 기억이 아닌, 따뜻하고 여유로운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다.

언젠간 만들 수 있겠지? 꿈꿔본다.

꿈꾸는 건 자유니까.

학생들이 맘껏 누릴 수 있는 클래식기타 공연장을 만들고 싶다. 사진은 예술의전당.

나의 꿈은 클래식기타 공연장을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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