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밍한 밍 May 10. 2023

전 강연을 하고 싶어요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2

"밍님은 꿈이 뭐예요?"


  면접 당시 받았던 질문이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면접 망했다는 생각이 스침과 동시에 대답은 이상하리만치 술술 나왔던 기억.

그 어떤 질문들보다 가장 편한 질문이었고, 가장 편하게 대답을 했다.


"저는 강연을 하는 것이 꿈입니다. 청중이 많던 적던 중요치 않습니다. 단 한 사람을 위한 강연이어도 좋습니다. 한 명이라도 제 얘기를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전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꿈의 시작은 클래식기타 동아리에서부터 출발한다.

당시 동아리 연간행사 중 가장 큰 행사였기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준비하던 연주회였다.

그러던 2016년 1월 경.

사람들이 모이는 단체가 으레 그렇듯 내부 갈등은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이다.
다만 이때의 불씨는 예상보다 컸고 이로 인해 이 연주회가 엎어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집에서 하릴없이 빈둥거리던 내게도 들려온 소식.
당시 준비하던 동아리 후배들의 시간이 통으로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그들이 투자한 시간을 허투루 버리게 하고 싶진 않았기에 후배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그 사람이 연주회를 그만두겠다고 해서 생기는 공백은 얼마나 돼?"

"거의 다예요. 한두 곡 빼고 전부 다 들어가요."

"그래? 어떤 곡들인지 한 번 보자. 흠.. 그럼 이 사람의 공백은 내가 다 메꿀게. 너희들은 이전에 연습했던 거 그대로 해줄 수 있어?"

"진짜요? 선배 괜찮으시겠어요?"

"해봐야지. 너희들이 연주회에 투자한 시간을 헛되게 하고 싶진 않아. 나도 이런 보답을 받은 적이 있기도 하고."

"선배 혹시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거나 하면 어떡해요?"

"내가 총대 멜게 걱정 마. 너넨 지금처럼만 해주면 돼."


  몇 개의 곡을 추가, 수정하고 연주회를 여차저차 잘 매듭지을 수 있었다.

당시 후배들도 정말 고마워하며 틈만 나면 연락하여 나를 괴롭히곤 했다.(?)

더불어 당시 무대를 마치고 서성이고 있을 무렵, 연주회를 보러 오신 동아리 선배가 한 분 계셨다.

20 기수 정도 차이나는 분으로 기억한다. (미적학 2 교수이기도 하셨다.)


"오늘 연주회 진짜 잘 봤어요. 연주가 상당하더라구요. 앞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또 볼 수 있을까요?"

"과찬이십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 제가 이번 여름에 학교를 졸업할 예정이라.. 이후로의 동아리 연주회 무대 참여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아 그래요? 올해 졸업할 예정이구나. 오늘 연주 진짜 감명 깊게 들었거든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다시 들어보고 싶고, 그러면 진짜 좋을 거 같아서 물어봤어요. 연주회 준비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 날 들은 이 짧은 대화는 두고두고 길이 남을 것 같단 예감이 들었고, 지금까지도 그 예감은 들어맞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로 타인에게 감동 비스무리한 것을 전달해 준다는 것은 정말 벅찬 일이구나.


  요즘에도 사진첩을 뒤적거릴 때면 이 당시의 추억을 회상하곤 한다.

마치 수학의 정석 집합파트처럼.

2016년 3월, 동아리 연주회는 내게 큰 영감을 심어 준 경험이었다.




  여차저차 졸업을 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에 뛰어들어야 할 때.

전공을 살리는 건 뒷전이고, 내가 무엇을 할 때 재밌게 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며 일자리를 찾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눈에 띄었던 하나. '성격유형분석카페'.

당장에 전화를 걸어 여쭤보았다.


"혹시 베이스가 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인데 가능할까요?"

"기본적인 교육은 직접 제공해드리고 있어요. 또한 교육 후 테스트 통과 후에 실제 현장업무에 투입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류를 제출, 면접을 보고 교육과 테스트를 거쳐 현장 업무에 투입됐다.

물론 이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개인공부도 빼먹지 않았다.


  카페에 방문하는 손님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오? 다시 방문해 주셨네요? 반가워요!"

"어? 저 기억하고 계세요?"

"그럼요! 전 얼굴 잘 기억하거든요. 그때 친구분이랑 같이 오셨었잖아요~."

"네 맞아요! 와 신기하다. 그때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내용이 너무 좋아서 다른 친구 데려왔어요. 제가 고민했던 내용들에 대해 속 시원한 대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했거든요. 오늘도 봐주실 수 있으시죠?"

"와 진짜 감사해요. 그럼요! 물론이죠."


  한 차례 방문 당시, 나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돌아가신 분이 재방문해주실 때마다 어찌나 신기하고 또 그렇게 뿌듯하던지.

내가 준비한 것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원하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끔 이끌고, 그에 대한 방향성을 함께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겐 너무나 보람차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개인손님뿐만 아니라 단체손님도 여럿 응대하곤 했다.

친구모임, 가족, 직장 멘토링, 신입사원 워크숍 등등


"밍은 개인손님 응대가 좋아요, 단체손님 응대가 좋아요?"

"두 케이스 다 좋죠! 손님들의 유형을 분석하고 같이 이야기하고, 신기해하고 꼭 그렇게 하겠다 다짐하고 가면 그만큼 뿌듯한 일이 또 있을까요. 다만 단체손님 응대할 때가 더 재밌던 거 같아요."

"흠.. 그럼 강사 한번 해보는 건 어때요? 잘 어울릴 거 같은데. 학원 한번 다녀봐요."

"강사 학원도 있어요?"

"네, 있어요. 저도 거기 다녀봤거든요. 한번 가봐요."

"네, 한번 알아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이듬해 2월.

약 3주간 진행되는 강사 양성과정을 등록하여 정말 오랜만에 학원을 다녔다.

학원 커리큘럼이 끝나갈 무렵, 당장 프리랜서로 시작할 용기는 없었기에 사내강사직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닌다.


  사내강사 면접의 꽃은 단연 시연강의.

회사에서 제시하는 주제에 맞춰 자료를 조사하고, 강의 자료를 만들고, 주어진 시간에 맞는 시나리오를 작성, 시연강의를 준비한다.

면접 당일 시연강의를 하고 이어지는 면접.

운이 좋게도 일자리는 생각보다 금방 얻게 됐다. 그와 함께 시작된 사내강사의 길.
전체 강의비중의 약 8~90%가 직무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순탄치만은 않았으나 그 과정은 즐거웠다.

강의 주제를 선정하고,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이며, 어떠한 포인트에 중점을 둘 것인가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까진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애써왔던 반면, 지금은 '쳐낼 건 쳐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내강사로 일을 하며 욕심을 버리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집중해야 함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강의자료를 만들다 엎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땐 좀 많이..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준비해야 하는 것엔 변함이 없었다.
이 또한 내가 선택한 길이었기에.

  피드백도 큰 힘이 되었다. 항상 좋은 피드백만 있던 것은 아니었으나 좋은 피드백은 기분 좋은 대로, 쓴소리가 있는 피드백은 그를 토대로 개선해 나가면 될 것이었다.

때론 쓴소리가 있는 피드백이 반갑기까지 했다.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가장 좋은 피드백이기 때문이다.


'아 이렇게 들릴 수 있겠구나.'


  다음에 있을 강의에 관련 피드백을 반영하여 한 걸음 더 나은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음엔 어떤 내용을 전달할까?'

사내강사 경험은 청중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클래식기타로부터 시작된 나의 꿈은 조금씩 조금씩 이어지는 중이다.

때에 따라 서로 다른 아이템으로, 서로 다른 방법으로 내가 준비한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있는 중임에는 변함없다.

그 메시지가 어떻게 전달될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메시지를 조우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훗날 강연장에 서서 강연을 하게 됐을 때 단 한 사람이라도 나의 강연으로 삶의 영감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나 역시 큰 감동을 받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어쨌든 꿈꾸는 건 자유니까.




"밍님은 꿈이 뭐예요?"

"저는 강연을 하는 것이 꿈입니다. 청중이 많던 적던 중요치 않습니다. 단 한 사람을 위한 강연이어도 좋습니다. 한 명이라도 제 얘기를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전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나의 꿈은 강연을 하는 것.
매거진의 이전글 전 클래식기타 공연장을 만들고 싶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