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러닝을 시작했던 건 2018년 늦가을 무렵. 허리를 한번 삐끗했고 약 3주간 한의원으로 매일같이 침을 맞으러 다녔다. 당시 카드값을 보고 체중을 조절해야겠단 위기감을 느꼈고,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했다. 마침집 근처에 작은 공원도 있었겠다, 집 안에 굴러다니는 운동화를 하나 신고 매일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저 미련하게, 무식하게 달렸다. 이대로면 쓰러지겠다 싶을 때까지 아무런 생각 없이 달렸다. 하루도 빠짐없이 달렸다.
그렇게 3주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무릎에 찌를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잠시 달리기를 멈추었다. 약 열흘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다행히 무릎 통증은 말끔히 사라졌다. 그 이후 사흘에 하루는 쉬어가며 이전보다 강도를 낮춰 달리기 시작했다. 당시의 달리기는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겨울이 찾아왔고, 밖이 춥단 이유 하나만으로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길랭바레증후군이 찾아왔다. 스스로 서있는 것조차 될 수 없는 날이 계속됐고, 어느덧 온전히 뛰고 싶단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한번은 재활치료를 받던 중 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선생님은 꿈이 뭐예요?"
"꿈이요? 음.. 글쎄요. 전 부자 되는 거요! 밍님은 꿈이 뭐예요?"
"전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과 지금 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지금 하고 싶은 꿈은 뭐예요?"
"딱 1km만 쉬지 않고 뛰고 싶어요."
퇴원이 다가올 무렵, 치료사의 보조 하에 병동을 조금씩 뛰는 시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긴 했다. 하지만 병동은 그 어떤 장애물 하나 없는 평평한 평지였고, 무엇보다 내가 넘어질 것 같으면 바로 조치할 수 있는 치료사와 난간이 상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 환경이 구축되어 있는 곳에서조차 뛰는 것이 무서웠던 건 사실이다.
퇴원을 하고 출퇴근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아직 달리기는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넘어지면 골절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과 내 다리를 아직 믿지 못하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 다니는 와중에 달리기를 시도하는 건 무모한 도전이라 인지하고 있다는 것도 한몫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리가 점점 좋아지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과연 올해 중으로 맘 놓고 뛸 수 있는 날이 올까 싶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다시금 이 꿈을 되새겨 본다. 올해 안으론 꼭 뛸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