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자산일까, 책임일까?

데이터의 윤리

by 박민정

요즘 일을 하다 보면 문득 그런 순간이 있다.

한 사람의 말보다, 책상 위에 놓인 숫자 하나가 결정의 방향을 더 선명하게 바꾸는 순간!


예전에는 감각과 경험이 먼저였는데 어느새 우리는 데이터라는 기준에 기대어 조심스레 다음 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데이터는 자산이라고! 많이 쌓을수록 힘이 된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문장 앞에서 조금 멈칫한다. 데이터는 자산이기 전에 틀리는 순간 가장 먼저 무너지는 신뢰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의 위험


현장에서는 그 장면을 너무 많이 본다. 빠진 데이터 하나가 다음 단계를 엉뚱하게 만들고, 잘못된 데이터 하나가 프로젝트 전체의 판단을 흐리고,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작은 틈이 조직 안에 ‘무엇을 믿어야 하지?’라는 질문을 만들기도 한다.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는 그 순간에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모든 결정의 기초를 흔들어 놓는다.


신뢰는 그렇게 조용히 금이 간다.



깐깐함의 이유


그래서 우리는 시스템을 만들 때 자연스럽게 조금 더 단단해진다. 확인 절차를 하나 더 붙이고, 작은 필드를 더 요구하고, 조금 느리지만 안정적인 길을 선택한다.


그럴 때면 고객이 웃으며 말한다.


“대표님, 너무 깐깐하신 거 아니에요?”
“이 절차는 그냥 넘어가면 좋겠는데…”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누구나 일을 더 빠르고 단순하게 하고 싶다. 정확성을 위한 장치는 현장에서는 불편함으로 느껴질 때가 더 많다. 하지만 나는 경험으로 안다. 오늘 건너뛴 편의는, 내일 훨씬 큰 부담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데이터는 많이 모아야 든든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확해야 든든해진다는 것을.




기술자의 태도


그래서 나는 데이터 윤리를 어떤 규정이나 지침으로 보지 않는다. 그건 결국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먼저 감지하고 막아내는 기술자의 감각에 가깝다.


배관을 설계하듯, 흐름을 만들고 지키고 관리하는 일. 그 중심에는 늘 ‘정확성’이라는 조용한 기준이 서 있다.


나는 앞으로도 고객이 잠시 귀찮아하더라도 정확한 시스템을 지켜내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데이터의 양을 쌓기보다 데이터가 흐르는 길을 먼저 견고하게 설계하고, 즉각적인 편리함보다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신뢰의 무게를 더 크게 바라보며, 기술은 결국 ‘정확성’이라는 단단한 기반 위에서만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정확하게 쌓이고 올바르게 흐르는 데이터가 언젠가 가장 큰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때 중요한 것은 ‘많이 가진 데이터’가 아니라 ‘흐트러지지 않고 바로 선 데이터’를 품은 시스템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AI·빅데이터 시대 속에서도 특별히 과한 의지를 내세우기보다, 그동안 그래왔듯
데이터 앞에 만큼은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책임 있게 맞춰가 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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