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알 수 없다는 것은
신경숙,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듯이 모든 일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어. 작별도 끝이 아니고 결혼도 끝이 아니고 죽음도 끝이 아닌 거지. 생은 계속되는 거지. 제어할 수 없이 복잡하게 얽힌 채 다양하고 무질서한 모습으로. 이따금 이런 시간, 누군가 만들어놓은 이 바닷가 우체국에서 잠깐 머무는 이런 시간, 이렇게 홀로 남은 시간 속에서야 그 계속되는 생을 지켜보는 마음과 조우하게 되는 거지.
<신경숙,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中>
남이 됐다는 말은 몹시도 냉정하고 날카로워 꺼내 놓고 싶지가 않았다. 다만 조금 멀어졌다는 표현이 딱 적당했다. 손만 뻗어 버튼만 누르면 너에게 전화를 할 수도 있고 안부를 묻는 메시지 정도도 얼마든지 보낼 수 있었다. 너는 내가 아무리 어색하게 말해도 여전히 잘 지내는 친구처럼 내 일상을 묻고 끼니를 챙겼고 일과를 궁금해했다. 따지고 보면 너와 나 어느 누구도 헤어짐을 말한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게 된 것은 나의 태도 또는 행동에서 비롯된 비언어적 표현을 네가 알아차렸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매번 너에게 참 못된 사람이었구나.
너를 염두에 두고 타로를 봤던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름대로 유명한 곳이었고 입소문도 꽤 많이 난 곳이었다. 그런 걸 본다는 것 자체가 지금 괜찮지 않다는 반증이 됐을 것이다. 순탄한 마음이었다면 애초에 알 수 없는 신의 영역을 궁금해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결과는 참 희한했다. 오죽하면 타로 마스터도 거기서 배우던 수강생도 모두 기가 막힌다는 말을 했을까. 과정은 별론데 결과가 좋았다. 과정은 아닌데 마지막은 이뤄진다는 아주 좋은 의미의 카드가 나왔던 거다. 다른 식으로 점괘를 봐도 결과는 같았다.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좋아해야 하나 아니어야 하나. 먼저 멀어지려던 사람 치고는 너무 뻔뻔한 행동을 하는 스스로가 한심도 했다. 카드 몇 장에 미지의 영역을 맡겨놓고 마음을 놓았다 휘청였다 할 거였으면서 왜 난 순수하지 못했던 걸까.
길을 걸으며 생각했었다. 우리가 조우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마주 보게 될까. 옆에 서게 될까. 아니면, 완전한 남이 되어 스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