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여행 중에 만난 썩 유쾌하지 않은 에피소드에서 어떤 식으로든 가치를 찾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서 메리, 오늘을 버텨내는 데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中>
매일 돌을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매일 굴러 떨어지는 돌덩이가 서서히 버거워지기 시작할 무렵이 됐나 싶었다. 아닌데, 너무 빨리 찾아왔는데? 내가 고작 이것밖에는 견디지 못한다고? 나보다 더 빨리 시작한 저 녀석도 아직 지칠 기미가 없는데 내가 벌써? 이런 생각 때문에. 굴러 떨어질 돌의 무게보다 발도 없고 무게도 없이 목을 졸라 오는 생각 때문에 더 힘들어 미칠 지경이 되는 것이다.
특별하지는 않아도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 not bad 소유자라고 생각하면서 숨이 넘어갈 듯 뛰어 살아 남아 여기까지 왔더니 웬걸. 숨 가쁘게 달려 뒤를 돌아보기 전에 먼저 했어야 할 긴급한 일은 바로, 마음 다잡기였다. 한 번 흔들려버린 생각과 가치관과 믿음이란 것들은 시도 때도 없이 쉽게 변하는 아이의 마음보다 더 시시각각 변심을 해 사람을 환장하게 만들었다. 좋은 환경과 더 진심인 여유로움과 풍성한 편안함은 그리 쉽게, 단번에 품어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니까 그런 바람을 예전에 차치하고 살았단 말이다. 그런데 점점 쓸데없이 하게 되는 비교와 다른 사람을 통해 보는 세상사로 불만이 생겨나게 됐다. 비슷하게 시작했으나 저 사람은 저기까지 도달했네, 똑같은 출발점이었는데 저 사람은 어떻게 그곳까지 갔지? 이런 생각에 휩싸여서 마음도 감정도 휘몰아쳤다. 억울도 하고 서글픔도 용솟음치는데 그 와중에 또 스스로 곱씹어 보는 습관이 발휘가 돼서 나를 살피게 했다. 세상이란 원래, 사람 사는 인생 굴곡이란 원래, 공평하지도 않고 삶의 열정과 노력에 비례하지도 않으니. 정녕 타고 난 자격이란 게 있는 것인가. 지정좌석처럼 자격이란 게 정해져 규정되어진 것이 맞다면 동기부여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고 의욕상실의 병이 또 도져 낭패를 낫게 될 것임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하는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가로막히게 되겠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왜 떠안게 된 걸까. 나랏일은 선진국으로 발전하는지는 몰라도 사람 살기엔 점점 더 후진국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은 나만 드는 걸까. 진짜 후진국은 오히려 행복지수가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곳이 수두룩 하던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거다. 마음 가짐의 문제인가. 환경적 문제는 별개인 건가. 괜히 철학적인 인간인 척해보게 된다.
부모님과 식사를 하면서 나는 내 고민의 한 조각을 꺼내 놓은 적이 있다. "00 이가 어른이 되면 얼마나 더 살기 힘들까요? 그런 생각만 하면 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 " 내 말을 진중하게 듣던 아빠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런 생각은 하등 쓸데없는 생각이다. 아직 얼마나 긴 시간이 있는데 그땐 또 다른 세상이 있지. 다른 좋은 일들도 많이 생길 거야. 그런 생각 벌써 하면 머리 아파 못 산다. "
맞다. 난 생각을 미리 당겨와 걱정하는 습관이 있다. 참으로 피곤한 비주류다. 대충 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건 성격이고 하지 말자 해서 안 할 거였으면 처음부터 고민하는 일도 없었을 거다. 자격이고 뭐고 그런 건 그냥 내가 만든 허상이라 믿고. 무탈하게 , 큰 파도 작은 파도 무사히 건너와 여기 있는 나 자신을 마냥 사랑하자. 그런 엄청난 일들을 나 아니면 누가 이렇게 야무지게 버틸 수 있었겠어? 하며 자신감을 갖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