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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뜰 Jul 04. 2021

07. 기차 밖을 바라보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듯 나에게도 가족이 있다. 결혼해서 생긴 신규 가족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이 된 진짜 내 가족, 누가 지정해준 것인지 , 아니면 이런 걸 두고 운명이라고 하는 건지, 뭐가 됐든 가족으로 엮인 관계, 그런 관계에서 난 늘 힘든 부분이 있었고 특히나 맞지 않아 어려운 가족이 있었다. 안 볼 수가 없고 보자니 마음이 터질 것처럼, 폭발 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게 하는 가족 말이다.
 나는 그가 내 말에 귀를 기울이다가도 해답 같은 대답을 들려줄 때면 뱉어내는 독설 비슷한 거칠음이 좋았다. 그 거칠음이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향한 것이라는 명목 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속이 시원해졌다. 내가 가족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으므로. 나의 잘못이 아니라 맞지 않은 것이고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적은 사람이기에 그러하다, 그러니 얼마든지 나의
감정은 타당하다. 그의 방식은 그런 것이어서 가만히 듣고 있으면 죄책감도 잦아들어 스스로 비난하지 않아도 되었다. 너만 그런 상황에 발목 잡힌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다만 색깔이 다르고 사람이 다를 뿐이다. 일목요연했던 대답은 삽시간에 위로를 주었다.
그가 해준 ,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위로는 간단한 말이지만 너무나 맞아 뒤통수를 강타하는 말이었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흘러간다. 그것을 잡고 있는 건 본인이고 기차 밖을 바라보듯 그냥 봐라, 정지된 화면처럼 사진으로 남겨라."


특별하지 않은 말, 생각해보면 얼마든지 해봄직한 말이지만 사람이 워낙 몰릴 때면 그런 여유는 깡그리 무시되고 마니까. 기차 밖을 바라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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