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뜰 Jul 04. 2021

06. 망각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좋은 느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좋은 느낌은 좋은 감정과 통한다. 사실 그러기가 쉽지 않은 일이 많았다. 하루가 무사히 시작됐다 싶으면 불청객이 불쑥 나타나 애썼던 내 마음이 노력들을 산산이 부서뜨려 놓기 일쑤였고 용케도 그 마음마저 잘 추슬러서 다시 재정비해보지만 이젠 내 감정이 스러진 마음에 발목이 잡혀서 쑥대밭이 되기 일쑤였다.

모두가 다 그렇다고 ,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으니 너 혼자 너무 서글퍼할 필요가 없고 유난인 감정처럼 느껴서 불필요한 자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고. 내가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람은 그렇게 위로해주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진실 여부가 중요하진 않았다. 사는데 정답은 없지만 그 말이 진짜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몹시도 주관적일이다. 나는 믿게 됐으니까. 그 사실이 중요했다. 섣불리 위로한답시고 다 잘 될 거라거나 괜찮아질 거라는 막연한 긍정을 나는 굉장히 싫어했다. 무조건 긍정이란 말이 사람을 반항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주 어릴 때 그 말을 믿었지만 돌아오는 건 불행뿐이었고 얻은 거라곤 마음을 들여다보기조차 싫게 만들던 움푹 파인 상처뿐이었다. 물론 그 말 때문에 내 불행이 더 부각됐던 건 아니었겠지만 믿음에 배신당한 아픔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그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앞뒤 따지지도 않고 마냥 긍정을 바라고 믿는 건 가만히 앉아 하늘에 별이 입 속으로 떨어지길 바라는 일과 비슷한 거라고.

어떡하면 하루를 잘 살 수 있을까란 고민은 항상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래서 매번 활기차고 , 싱그럽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결국 마지막 채에 걸러지듯 남는 잔여물은 질투와 시기였다. 용기 내어 그들에게 방법을 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이 그냥 산다거나 별 생각 안 한다는 답이 대부분이었고 오히려 그 답이 나를 더 행복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 됐다. 불을 끄려고 물을 부었더니 물이 아닌 기름이었다는 걸 늦게 안 것이다. 사람들 말을 너무 잘 믿어서 낭패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그만은 내가 신뢰할 수 있었던 게 새로웠다. 아, 세상에 그래도 감정적인 부분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긴 하구나 생각했다.

그의 말들을 곱씹다가 잔잔히 흘려보내고 다시 부리나케 걸어가 보고, 되돌아보면 그의 고마웠던 말들에 힘입어 힘내어 산 게 아니라, 내가 잘 나서 , 내가 시간과 함께 꽤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하여 이만큼이라도 지낼 수 있었던 거라고 자만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망각 탓이겠지.

작가의 이전글 05. 엄마를 부탁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