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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뜰 Jul 04. 2021

05. 엄마를 부탁해


결혼을 하고서야 알았다. 내가 이미 엄마가 되었다는 걸, 사실을 접했을 때, 내 마음은 어땠던가, 아무튼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감사했고 축복받은 일이었지만 그 당시, 내게는 어렵고 힘든 일이 지뢰밭처럼 깔려 있었다. 시간의 힘을 빌어 어쨌든 많은 부분이 해결은 되었지만 후유증 비슷한 게 마음에 남아서 순간을 온전히 행복하게 지낼 수가 없었다. 불안했고 긴장이 됐다. 하지만 그 또한 시간의 힘을 빌어 ,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무엇보다 아기를 키우면서 많이 완화가 되었다. 내 마음 주름이 제법 펴지기는 했단 말이다.


나에게 아기는 대단히 특별한 존재다,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아기가 특별한 만큼 육아는 정말 미친 듯이 힘들었다. 솔로일 적 가능했던 일들은 이젠 상상도 못 할 일이 되었고 그나마도 있던 짤막한 내 시간들도 오롯이 아기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게 일상이었다.


새벽에 깨지 않고 자고 싶고 편안히 책을 보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고 느긋하게 식사도 하고 싶었다. 그 모든 것을 엄마가 된 대가로 여기며 견디다가도 어떤 상황에선 몹시도 서러워지고 서글퍼졌다. 그런 생각을 하며 상처 난 내 두 번째 손가락을 봤다. 이유식에 들어갈 재료 손질을 하다가 그만 손톱을 쳐낸 것이 문제였다. 아주 조금만 더 힘이 들어갔다면 참사가 될 뻔한 일이었다. 손톱 밑에 살이 빨갛게 드러나 있는 걸 보자니, 마음이 너무 서글퍼지는 것이다.


잘하고 있다고, 가끔 아기에게 내 맘처럼 못해줘 죄책감이 들어도 내가 더 잘하면 되지 라는 마음으로 견뎠는데, 문득 잘려나간 손톱과 함께 나의 버팀목도 함께 떨어져 나간 듯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하니 과일로 대체하기도 하고, 그나마 잘 챙기기 위해서 브라타 치즈와 좋은 과일을 곁들이기도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서글픈 마음이 보상되는 건 아니니까.


엄마가 힘든 건 남편의 도움과는 별개의 문제 같았다. 당연히 육아를 함께 해주면 말할 수 없이 수월해지지만 근본적인 외로움과 고단함의 뿌리는 점점 깊어졌다. 난 그것이 어쩔 수 없는, 태생적인 부분의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막연히 엄마라서, 아빠라서, 그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아기의 웃음과 눈 맞춤, 사랑스러운 옹알이, 귀여운 행동 모든 것이 아름다움 그 자체이지만 엄마는 어디서 진짜 쉼과 안식을 얻을까. 사랑하는 마음이 작아서가 아니다, 이런 마음은 사랑의 크기와는 별개로 엄마도 사람이니까 라는 이유 탓이었다. 손톱이 다시 자라나는 시간 동안 꺾인 마음도 다시 회복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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