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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뜰 Jul 04. 2021

10. 아름다움의 정의


점순이 었던 때가 있다. 말 그대로 얼굴에 점이 많아서다. 진지하게 빼 볼 생각은 없었는데 누가 그랬다. 얼굴에 있던 점만 뺐는데도 얼굴이 너무 깨끗해 보이더라고. 난 그 말에 혹해서 며칠 후 피부과에서 얼굴 점을 모조리 뺐다. 얼굴에 마취연고를 덕지덕지 바른 모습을 거울로 보고 있으니 새삼 내 얼굴에 점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싶었다. 고통은 따랐지만 그래, 확실히 상처가 아물고 난 얼굴이 한결 깨끗해 보이고 정돈되어 보이긴 했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외모에만 국한되어 있다고 오해해서  많은걸 놓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 외국 어느 잡지 모델을 본 후 우연히 하게 됐다. 유명 잡지에 커버 모델인 만큼 외모적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서서히 드러나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그 여성의 얼굴, 정확히 말해 얼굴에 있는, 수없이 많은 주근깨와 까맣게 도드라져 보이는 점들이었다. 오히려 그 모습을 부각해 놓은 듯이 아주 선명히 보이는 모습에 제법 놀랐다. 그 모습을 퍽 오래 보다가 내 조건엔 부합하지 않지만 알 수 없이 , 무척이나 아름답던 그녀의 모습에 바람 빠진 웃음이 났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천차만별이고 우선순위도 다르지만 매력적이라는 말은 모두가 인정할 것 같은 그녀의 모습, 시니컬한 분위기, 깊은 눈매, 자연스러운 몸짓 , 아름다움은 곳곳에  있다는 걸 나는 잊고 있었다. 그 잊음과 함께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니 책을 많이 읽고 사색을 즐겨하라던 어느 지인분의 말도 그때가 돼서야 생각났다.


모델의 얼굴에 주근깨와 점을 그들이 몰랐을까, 오히려 자연스럽다 여겼을 것이고 자연스러움이 아름답다고 느꼈을 것이다. 세월의 흔적을 아름답다고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요즘은 대중 매체 보기가 불편하고 숨이 가쁘다. 세월을 거슬러야 아름다움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 분위기 조성이 너무 심하다. 그래서 평범한 나 같은 사람은 금방 위축이 되고 불안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세월의 흐름에 맞서지 말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더 여유로워 생기 있고 풋풋해지지 않을까. 아름다움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겠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움을 의지하면서 외모보다 뇌를 섹시하게 만드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 친절한 말투와 웃는 모습에서 나오는  그들만의 좋은 향기.


세월에게 지는 것이 아니라 세월과 함께 익어 가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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