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뒷모습을 꽤 오래 바라봤던 적이 있다. 무심결이었고 어쩌다 보니 계속 바라보게 됐다. 나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이유는 딱 하나. 표정이 있다는 것 때문이고 그 표정은 슬프고 찡한 게 대부분이어서 그렇다. 걸음이 빠르건 거북이처럼 느리건 속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아마도 그것은 투영이었겠지 짐작한다. 내가 슬펐거나 마음이 찡해서 상대방도 그럴 것이라 덮어놓고 겹쳐서 보는 것 말이다.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이었다. 나이는 이모뻘 되는 분, 우리 부서에서 그분은 아주 유명했다. 성격이 나쁘고 괴팍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인사를 하더라도 고개만 까딱이고, 똑같은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큰 자리 하나 차지한 사람처럼 고깝게 굴었다.
친하게 지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통근버스를 늘 같이 타고 다니는 사이가 됐다. 거기다 가끔씩 내리는 곳도 같았다. 내 성격상 불편해 피하고도 싶었지만 통근버스를 못 타면 내가 너무 불편하고 막상 상대방이 내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걸 알까 봐 못내 신경도 쓰였다. 결코 유쾌한 상황은 아니니까 말이다. 자연스럽게 말을 나눌 기회가 많아졌고 속마음을 드러낼 시간들이 많아졌다.
개인적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거다. 두루두루 함께 있을 때 보이는 자기 방어적 모습은 사라지고 오픈 마인드로 열린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상대방도 나와 같이 똑같은 상처 받기 싫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구나 라는걸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그런 순간엔 의도치 않게 따뜻한 모습을 많이도 보여주는 것이다. 마치 각본에 짜여있는 대본처럼 말이다. 내 배가 고플까 봐 대형마트에서 뭘 사줄까 묻는 사람, 자신이 욕먹는 걸 안다며 허심탄회하게 말하며 속내를 드러내던 사람, 가끔 약 올리는 말투는 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허물을 벗어나갔다.
사람들은 앞에선 가장 강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뒤에선 가장 연약한 모습으로 무장해제해 상대방을 당황스럽게 한다. 모두가 그의 모습이겠지만 그러니 혼란스럽긴 했다. 그 모습이 순식간에 변하리란 걸 잘 알고 있고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기도 한다.
그녀의 뒷모습을 난 아직도 기억한다. 어제 본 듯 아주 선명하다. 뒷모습을 보면 마냥 위로하고 싶다가도 앞으로 돌아서면 나 역시 방어기제를 펴게 되는 것도. 너무 많이 알면 , 그것이 달의 뒷면처럼 비밀 같은 모습이라면 더 많이 선명하겠지.
함부로 미워할 수도 없다. 미워질수록 죄책감이 드는 경우도 있으니까. 함부로 미워하지도 못하겠다. 적어도 마냥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그도 누군가에겐 참 좋은 사람일 수 있고 그렇지 못하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만약 이도 저도 없이 나쁜 사람이라면 그때야말로 사이를 늘어뜨려야 할 순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