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전시 공간 디자인의 과정
4단계. 디자인 실무 작업
킥오프 미팅에서 파악한 데이터가 기초가 되어 본격적으로 디자인 실무작업을 시작한다. 이 시점부터는 업무 영역을 적절히 분배해서 프로젝트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필자가 PM을 맡아 일을 진행할 때는 크게 3파트로 나누어 진행했다.
기획 파트: 팀원들과 같이 진행 / 디자인 파트: 업무 분장(2D CAD, 3D 모델링, 그래픽, 매핑소스) / 견적 파트: 한 담당자가 맡아 진행
일전에 말했던 디자인 실무 프로세스를 다시 가져왔다. 아래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클라이언트 니즈 파악 - 자료조사(리서치) - 아이디어 발산 - 아이디어 수렴 - 기획 방향 설정 - 콘셉트 도출 -
아이디어 스케치 - 2D Code - 2D CAD 설계 - 3D 시각화
-클라이언트 니즈 파악
킥오프 미팅 때 니즈를 명확히 파악해서 한 문장으로 만들면 좋다.
ex) "오래된 브랜드 이미지를 젊고 세련되게 변화시키고 싶다."
-자료조사
해당 브랜드의 기존 공간 사례, 브랜드의 가이드라인, 프로젝트와 관련된 국내/국외 유사 사례, 다른 영역의 사례(전시 공간 사례만 찾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영역에서 사례를 찾아본다. 예를 들어, 영화/드라마 연출 세트 공간, CF, 각종 미디어 광고, 뮤직비디오 세트 등)
-아이디어 발산
자료조사를 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개인마다 쌓인 경험치가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필자는 대학교 다닐 때부터 줄곧 선배나 교수님에게 들어왔던 말이 좋은 것을 많이보고 가보라는 말이었다. 실무를 하면서 왜 이 말씀을 하셨는지 알 수 있었다. 좋은 공간, 디자인을 많이 경험한 만큼 아이디어 발산에 있어서 상당한 무기를 가질 수 있다. 이는 한순간에 이룩하지 못한다. 평소에 차곡차곡 자신만의 데이터를 쌓아가서 머릿속에 빅데이터를 만들어야 하고 사진 정리를 잘해놓아야 나중에 쓸 수 있다. 이런 습관은 향후 실무를 진행할 때 여러 도움이 될 것이다.
보통은 팀원들과 회의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발산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회의를 할 때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아이디어들이 많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회의를 위한 회의를 한다면 경직된 분위기에서 형식적이고 딱딱한 아이디어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 가치 없는 회의다.
말랑한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게 PM은 분위기를 편안히 조성해야 한다. 또한 자신이 먼저 쓸데없는 말을 해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좋다.
그래서 팀원들의 생각을 최대한 많이 이끌어내야 한다.
-아이디어 수렴
회의를 통해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왔다면 이제 정리를 해서 다듬어야 한다. 또한 아이디어를 확장하고, 합치고, 분할하고, 재단해서 다시 정리해본다.
아이디어를 정하고 수렴하는 기준은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맞닿아 이를 해소해주는 방향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면 키워드로 명확히 알아볼 수 있게 정리를 한다. 어떠한 현상을 제대로 축약할 수 있다면 그 내용에 대해 온전히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기획 방향 설정
앞서 정리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기획 방향을 설정한다. 그리고 클라이언트의 니즈와 맞닿아 있는지, 과연 이 방향이 최종적으로 큰 효용이 생길 것인지, 여러 각도에서 점검을 해봐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빠른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느리더라도 제대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빠르게 정한 기획 방향이 오히려 나중에 독이 돼서 프로젝트 전체가 엎어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차곡차곡 근거와 논리를 쌓아 빈틈없는 기획 방향을 설정하는 방법으로 진행하면 향후 프로젝트 진행이 수월해질 것이다.
-콘셉트 도출
이 단계는 필자가 이전에 썼던 '컨셉의 일관성'을 같이 참고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필자 생각에는 전체 프로세스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앞서 기획 방향이 설정이 되면 이 전체적인 틀 안에서 디자인 콘셉트를 구체화하는 단계이다. 여기서 기획 방향과 콘셉트 도출과 헷갈릴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획 방향이 "MZ 고객층에게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방향"이라고 하면 그 하위 구체화된 개념으로 디자인 콘셉트는 "Show your own color(너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라)"라고 구체화하여 도출한다. 기획 방향이 큰 틀이라면 콘셉트는 그 틀 안에서 좀 더 구체화된 의미이다. 기획 방향이 정량적인 데이터와 논리 근거를 바탕이 재료라고 하면 콘셉트는 기획자/디자이너의 정성적인 주관이 좀 더 들어간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실 실무에서 이 두 가지 개념이 혼용되기도 하지만 필자는 확실히 구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지 확실한 기준이 생기고 향후 작업 과정의 이해도가 오를 것 같다.
콘셉트가 도출이 되었다면 이 콘셉트를 더 구체화할 방법이 있다. 바로 모티브를 찾는 것이다. 콘셉트가 실체 하지 않는 개념의 형용사라면, 모티브는 실체 하는 개념의 명사이다. 콘셉트가 "Show your own color"라고 가정하면 이를 가장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단어를 찾아본다. 예를 들어 '팔레트'라는 모티브를 설정한다고 하면 팔레트의 격자 형태를 차용해서 공간의 벽을 디자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 스타일도 설정하면 좋다. 모던&심플 / 미래적인 / 유러피안 클래식 / 인더스트리얼 / 전통적인 등 수많은 스타일 중에서 콘셉트에 맞는 디자인 스타일을 정해서 작업하면 디자인이 더욱 구체화될 수 있다. 콘셉트 - 모티브 - 스타일 이 세 가지 연결고리를 생각해서 작업한다면 콘셉트의 명확성이 더 짙어질 것이다.
-아이디어 스케치
지금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아이디어 스케치'라고 명명했지만 꼭 스케치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주목적은 자신의 생각을 팀원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자신이 참고한 레퍼런스 이미지와 설명 글 또는 자신만의 스케치로 구성해서 커뮤니케이션에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디자이너로서 스케치를 잘 그리면 좋겠지만 필자 생각에는 이 부분에 있어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해서 팀원을 설득할 수 있으면 그것도 커뮤니케이션 스킬 중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D Code
이 과정은 실무에서 꼭 필수의 단계는 아니다. 이 단계를 건너뛸 경우도 많고 모르는 디자이너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과정을 거친다면 디자인 작업이 한결 수월해질 수도 있다. 각 프로젝트마다 성격이 다르겠지만 2D Code를 설정해놓는다면 디자인을 구체화할 때 단계를 밟아가며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2D Code는 아이디어 스케치를 거치면서 콘셉트를 나타내 줄 수 있는 그래픽 코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프로젝트 예시로 '자동차 브랜드의 100주년 무대디자인'이라고 가정하면 콘셉트는 100주년을 달려온 'OOO브랜드', 모티브는 자동차의 휠을 모티브로 지난 100년간 달려온 의미를 형상화, 스타일은 앞으로 브랜드의 미래를 생각하여 미래적인 무대디자인
여기서 2D Code는 해당 브랜드의 자동차 휠 디자인에서 차용하는 것이다. 휠 형태가 유기적인지, 기하학적인지 유심히 관찰하여 표준화된 라인을 추출해보는 것이다.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라인이 완성되었다면 이를 활용해 공간 곳곳에 응용하여 녹여내면 좋을 것 같다.
-2D CAD 설계
스케치를 통해 어느 정도 디자인이 구체화가 되었다면 이를 실제 스케일로 적용해서 작업해야 한다. 이전 '아이디어 스케치' 단계에서 간격이 설정된 그리드 용지에 스케일에 맞게 스케치를 한다면 더 수월해질 수도 있다. 미리 스케일에 맞춰 디자인하면 2D 설계 단계에서 수월하게 작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이는 작업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는 미리 스케일에 맞춰 디자인 스케치를 진행하면 생각이 닫히는 느낌이 들어서 자유롭게 스케치를 한 후 현 단계에서 스케일에 맞춰 다시 필자의 디자인을 적용시켜 작업한다. 각 디자이너가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으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설계는 기본적으로 먼저 공간 평면도에서 고객 동선을 고려하면서 조닝 및 배치를 하고 각 조닝별로 구체화 작업을 진행한다. 평면에서 사이즈가 적절하게 설정이 되면 입면 디자인 작업을 진행한다. 디테일한 설계 작업은 향후 실시설계 단계에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전체 큼직한 사이즈를 위주로 작업이 진행되면 효율적이다. 디테일한 도면도 좋지만 중간중간 수정사항들을 생각해보면 효율적인 면에서는 떨어질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나온 도면으로 미리 제작업체에게 견적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제작 업체와 광고주가 이해가 될 수 있는 정도의 도면 수준이면 좋을 것 같다.
-3D 시각화
필자 생각에는 3D 작업이 21세기형 막노동 작업인 것 같다. 얼핏 생각하면 컴퓨터로 작업하는데 무슨 막노동까지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3D 작업도 만만치 않은 노동력이 들어간다. 필자가 대학생 때, 과제로 진행한 3D 작업은 100% 디테일한 3D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다르다 처음 광고주와 커뮤니케이션할 때는 러프하게 작업을 해서 소통하는 경우가 있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 최종 렌더를 보여줘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온전히 광고주가 요청한 사항, 최종적으로 결정된 마감재, 시공 디테일 등이 반영되어있는가이다. 이를 100% 디테일하게 3D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최종 3D렌더를 할 시에는 사전에 100%에 가까이 광고주와 협의를 최대한 하고 작업해야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이 단계에서 작업을 하면서 견적 작업을 하는 직원과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디자인들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견적에 반영할 수 있다. 최종 시안으로 반영되지 않은 견적은 커뮤니케이션 오류이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이번 챕터는 더 길어질 수 있지만 이 정도로 줄이고
다음 기회가 된다면 더 세부적인 작업 순서와 필자만의 팁을 정리해서 집필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