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단상 #1 _ 직장생활에서 벌어지는 GPT 에피소드
AI 가 없던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AI는 삶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Chat GPT는 든든한 조력자이자 똑똑한 동료이자 마음씨 따듯한 친구이자 비밀 보장이 확실한 상담자가 되어 늘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 70대인 엄마조차도 Chat GPT와 대화를 하시고 AI 툴을 활용해서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와 인스타, 틱톡에 열심히 콘텐츠를 올리신다. 지자체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Chat GPT 사용 방법에 대한 무료 교육 세미나를 열었다는데 400명 정도가 왔다고 했다. 전 세대의 관심사인 것이다.
회사에서도 모니터의 한편에는 Chat GPT 화면이 띄워져 있고, 팀원들의 기획안에는 그 친구가 본래 가지고 있었던 문체가 사라지고 딱 봐도 Chat GPT의 결과물로 보이는 GPT 스러운 기획이 만들어졌다. 기획안의 목적과 역할에 맞게 핵심 메시지만 리터칭을 해서 간결하게 전달되어야 할 기획이 장황한 줄 글로 채워져 있어서 "이건 누가 봐도 Chat GPT 긁어 온 거 아냐? 리터칭을 해야지. 이게 너의 생각이야?"라고 물었는데 "제가 프롬프트에 물어본 거예요. 그러니까 제 생각이죠. 맞아요! 제 생각이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AI 툴을 잘 다루는 프롬프터가 되고 싶다고 했던 친구인데 그에 대한 자부심일까? 또는 챗gpt 와 본인을 동일시할 만큼 이미 gpt화 된 AI 자아를 장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똑똑한 동료가 생겼으니 도움은 얻되 너의 스타일을 잃지는 말라고, 너의 스타일을 잃는 순간 너는 Chat GPT를 도구로 쓰는 것이 아니라, Chat GPT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말을 해주었지만 한번 들인 AI의 맛은 달콤했기에, 쉽사리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이후로 그 친구가 작업하는 모든 기획안이나 보고서를 보면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아 보려는 인간스러운 화법이나 공감의 언어가 사라졌고 불편할 정도로 친절하고 상세해서 인간적으로 꽂히는(와닿는) 지점이 없어서 채워져 있지만 밋밋한, 하긴 했지만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 협업 부서에서 한 팀원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업무 스타일에 대한 지적이 건의되었다. 협업 부서에 두어 번은 팀원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대변을 하고 넘어갔지만, 세 번째 건의가 다른 부서를 통해서 들어오자 팀원과 1on1 미팅을 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본인이 나서서 해결해 보려는 일에 대한 주최적인 열정과 강한 자기 확신 때문에 상대에게 말투가 강하게 전달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 조금만 신경 써보라고 했고 그 친구 역시 본인의 말투를 모르고 있지 않았다. 노력해 보자고 했지만 이후에도 팀 내에서까지 그 친구의 어휘나 억양이 문제가 되자 나는 업무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이 매주 중요한데 타 부서뿐만 아니라 팀 동료들까지도 불편해하니 더욱 주의를 갖고 교정하려는 노력을 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한참 뒤에 진행한 1on1 미팅에서 그 친구는 눈물을 터뜨렸다. 본인이 그렇게 지적을 받은 이후로 회사 챗에서 메시지를 보낼 때도 Chat GPT에게 검열을 받고 수정해서 부드러운 문장으로 수정한 후 메시지를 올리고 있을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본인 스스로를 자기 객관화하여 문제의 부분을 찾고 수정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Chat GPT의 도움으로 그렇게 계속 교정해 나간다면 그 친구는 과연, 본인의 문제를 스스로 성찰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뭐.. 굳이 조직 생활과 타인의 입맛에 나를 끼워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다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임시적인 해결 방안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팅 자리에서 공유되는 자료들 중에는 누가 봐도 Chat GPT의 결과물을 복붙 한 내용인데 자신의 의견이라고 내놓는 경우가 많아졌고, 사람들은 Chat GPT 가 제시한 솔루션을 쭉 읽고는 '안다'라는 착각에 빠진 것 같았다. 어떠한 일에서 '안다'라고 말한다는 것은, 아는 것을 바탕으로 실행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안다'는 느낌을 받기까지 이토록 쉽고 빠르게 텍스트화되어 정보로 취득이 되니, 아는 것을 실행하는 것은 한 차원 높은 지적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실행하는 것마저도 쉬워 보이는 착각을 만들어 낸다. 결국 아는 것을 바탕으로 실행력까지 갖춘 사람은 Chat GPT의 내용을 읽고 '나도 다 안다'라고 말하는 실행력 없는 사람과 순간 동등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챗 gpt 가 아니더라도, 유튜브를 통해서 정보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다 떠나서 정보의 상향 평준화는 이미 오래전에 나타난 현상인데 챗 gpt를 통해서 정보가 모든 이에게 열려 있고, 더욱 빠르게 획득될 수 있게 되었다. 정보를 가진 소수의 사람만 가질 수 있었던 가치 평가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AI 기술을 활용하여 CRM 마케팅 프로그램을 개발한 스타트업과 미팅이 있었다. 업체 측에서 미팅 준비 자료라고 화면에 띄웠는데 Claude 클로드 AI 프롬프트 창이었다. AI 스타트업답게 Claude 클로드를 적극 사용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미팅 전 클라이언트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해봤다면서 Claude AI 프롬프트 창에서 본인이 클라이언트의 브랜드에 대해서 알려달라고 명령한 결과 화면을 보여 주며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이러한 미팅 형태와 상황이 어딘지 모르게 신선하면서도 웃겼다. 클라이언트에 대해서 사전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로 얻어야 할 정보는 없는지 혹은 잘못 인지하고 있는 정보는 없는지 질의응답을 통해서 '구체화'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대화가 빈수레처럼 비생산적이라고 느껴졌다. 마치 Claude 클로드의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가? 누구나 사용 가능한 Claude 클로드에서 프롬프터가 되어 1초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나만 힘들게 얻어낸 정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업체 담당자가 Claude 클로드 AI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Chat GPT 론칭 초기 시점에는 '프롬프터'라는 역할을 마치 미래의 뜨는 유망한 직업인 것처럼 바이럴 되었지만, 요새는 난이도가 높은 명령어가 아니고서야 누구나 프롬프터가 될 수 있게 되었다. 프롬프트의 기본 어휘나 명령어 방식에 따라서 편차야 있을 수 있겠지만, 단지 AI 가 꺼내 놓은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미팅을 진행하니 어떠한 노력도 내공도 느껴지지 않는다. 너도 나도 할 수 있는 1초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인간의 노력과 내공이 덧대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나는 업체의 CRM 프로그램 설명을 듣기에 앞서서 클로드 AI는 온라인상에 공유된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데, 그 정보를 100% 신뢰하는 것이 맞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AI 리터러시를 높여야 하는 지점에 와있는 것 같았다.
Chat GPT에 대한 활용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챗 GPT 가 제안하는 정보가 베스트이거나 전부라고 믿게 되는 것 같다. Chat GPT 가 어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답을 내놓을까?를 생각해 보면, 온라인상에 지금까지 공유된 실행 후 결과에 대한 전체가 아닌 일부 보고서일 수 있다. 실행의 과정 전부를 온라인상에 상세하게 기록해 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공유'라는 행위는 부정적 사건은 되도록이면 감추고 긍정적 사건만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으니 온라인상에 떠도는 데이터는 실패보다는 성공에 치중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실패 또는 부정적인 정보가 빠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놓은 정보가 베스트라고 전부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실행을 하면서 겪어 왔던 실패와 고통, 희생과 깨달음이 없었다면 성공이 가능했을까? 실패와 부정이 빠진 성공 데이터는 성공이 쉬워 보이기까지 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도 역시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것 같다. 과정에서 얻을 수 있었던 열정, 성취, 협력, 성장, 보람 등의 감정도 Chat GPT 가 1초 만에 긴 여정의 '과정' 단계를 단축시켜 주니 과정의 몫마저도 챗 gpt에게 빼앗겨 버린 것은 아닐까? 호기심으로 시작된 지식에 대한 갈구가 여러 루트(직접 경험, 간접 경험, 책, 사람, 서칭 등)를 통해서, Connect the dots 개별적인 점들이 연결되어 짜 맞추어지는 퍼즐처럼 셀레이고 즐거운 여정처럼 느껴졌었던 그때의 '그 과정'이 이제는 비효율적이고 더 이상 쓸모 없어진 동화 같은 경험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이 프로젝트는 실패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끝까지 꿋꿋하게 해내고 해내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만들었던 그 과정에서의 애씀과 상처, 오기와 의지들이 모두 1초 만에 정보로서만 압축되어 버리니 스토리 없는 결말 같은 느낌이 든다. 과정은 어떻게 가치를 지속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점점 Chat GPT에게 알게 모르게 '나다움'을 내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안다'라는 가치가 이렇게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니 애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