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단상 #1_자유는 이미 주어져 있다.
요 며칠간 '자유'라는 단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에 왔다 갔다. 자유를 갈망했었던 때가 있었다. 시간, 돈, 가족, 시스템 같은 물리적인 것들, 지나온 세월 동안 귀담아들었던 말들과 경험 속에서 비롯된 고정관념들, 삶의 교훈처럼 오랜 조상부터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속담들이 보이지 않는 장막처럼 우리의 삶을 에어 싸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 안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벗어나면 경고 시그널이 울릴 것처럼 내면에는 마음껏 펼쳐 보이고 싶은 자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억제된 강박 안에서 이럴 땐 당연시 이래야 하고, 저럴 땐 당연시 저래야 하는 것과 같은 무언의 테두리 안에 갇혀 있었다. 자유는 먼 곳에 있는 줄만 알았다.
요즘 들어, '자유롭고 싶다'는 말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자유는 이미 저변에 주어져 있는 것인데 왜 자꾸만 자유를 갈망하는가. 자유가 디폴트라면 그 위에 덮여 있었던 케케묵은 먼지와 같은 '생각'을 걷어 내면 될 것을. 자유로운 삶이 마치 실현 불가능한 현실인 것처럼 갈망할 일이 없는데 말이다. 최근에, 어떤 영상에서 현재의 관점이 지난 과거마저도 다 뒤집어버릴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에 나는 격한 공감을 했다. 현재의 '관점'은 세상을 받아들이는 추이다. 그 추는 본인만 제어할 수 있다.
과거는 고정된 화석이 아니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화석처럼 치부해 버리면 현재의 나는 어느 정도 정해진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 축에서 동시에 존재한다는 양자역학의 관점으로 오늘을 바라본다면, 지나간 과거도 화석 같은 유물이 아니라 흘러가는 유기체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과거는 지나간 시간이지만 동시에 지금도 여전히 지나고 있는 시간인 것이다. 미래는 다가올 시간이지만 동시에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시간인 것이다. 그러니, 과거, 현재, 미래라는 개념적인 시간은 모두 허상이고 계속 진행 중이며 화석보다는 오히려 진득하게 흘러가는 화산의 마그마와 같은 생생한 물질이지 않을까?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어제의 내가 오늘을 만든다는 말도 틀린 말인 것 같다. 어제의 나도 오늘의 나도 동시에 존재하는데, 어떤 시간의 내가 지나간 나라고 정의할 수 있겠는가. 어제의 나도, 오늘의 나도, 미래의 나도, 눈앞에 펼쳐져 있는 지금의 내가 만드는 것이다. 지금의 내가 과거라고 불리는 시간을 A에서 B로 교체한다면 B가 되고, B에서 C로 교체한다면 C가 될 수도 있다. 어떤 것도 고정된 값은 없는 것이다. 동시에, 미래의 나도 지금의 나를 통해서 Z에서 Y로 교체될 수 있다.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펼쳐져 있다는 양자역학의 이론은 얼마나 신비하고 멋진 개념인가. 양자역학에서의 시공간은 만화경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패턴처럼 역동적이고 변동하며 중첩되어 상호작용을 한다. 한 입자의 상태가 변경되면 얽혀있는 주변의 상태도 즉시 영향을 받는다. 입자의 상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은 나를 채우고 있는 생각과 에너지이다. 생각과 에너지를 바꾸는 것은 지금의 나만 할 수 있다. 과거의 나도, 미래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내가 지나간 것으로 보이는 과거마저도 뒤집어 버릴 수 있고, 미래도 긍정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자유는 지금의 나에게 이미 주어져 있는데, '과거의 특정 사건, 특정 사람, 특정 기억들 때문에'라는 장벽을 세워 놓고 이미 주어져 있는 자유를 획득하기를 거부하면서, 말버릇처럼 "자유롭고 싶다."라고 내뱉고 있는 듯하다. 마치 이루지 못하는 꿈과 같은 선망의 대상으로 개념화하는 것이다. 자유를 뒤덮고 있는 것은 후~ 하고 불어버리면 날아가 버리는 먼지 같은 보잘것없는 것들인데, 왜 불지를 못하는가. 나는 이미 자유롭다. 내 안에 있는 본질적인 나다운 것들이 하찮은 먼지들 밑에 깔려 질식해 가기를 원하는가? 오랜 세월 누적된 먼지들인 만큼 한 번의 입김에 날아가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걷어 내고 걷어 내고 또 걷어 내고. 자유의 맨살을 솜털까지 보이도록 먼지를 후~~ 불어 젖힌다. 자유는 없는 것을 가지기 위해서 원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있다는 것을 안 채로 지금의 나에게 들러붙어 있는 생각들을 집어치우고 나의 속살 가까이 다가가는 일인 것 같다. 자유의 '텅 빈' 공 속에서 나는 어떻게 펼쳐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