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너가 되지 말고, 스피커가 돼라.

20년 직장생활의 뒷 이야기

by 미다시


수동적인 리스너가 되지 말고,
능동적인 스피커가 돼라.


지속적으로 팀원들에게 했던 말이다. 그것이 팀 미팅이든, 타 부서와의 협업 미팅이든, 상사에게 보고하는 미팅이든 어떤 미팅이든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만 있는 사람들을 본다. 이 미팅 자리에서 오고 가는 대화와 어젠다가 마치 나의 업무와는 상관이 없고 업무 영역 바깥의 일이라 나의 월급과는 상관이 없는데 내가 왜 이 미팅에 초대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듯,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또는 고개를 푹 숙이고 미팅에 앉아 있는 것이다.


"미팅에 집중하세요.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잘못된 정보나 다른 의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나보다 직급이 위라고 해서 상대가 하는 잘못된 정보나 의견을 듣고만 있는다면, 굳이 미팅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 미팅은 일방적으로 윗사람이 하는 말을 아랫사람이 듣기만 해야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고개 숙이고 있지 마세요. 의사표현을 하세요."


상대방이 누구이든 상관없이 스피커가 되어서 자신의 의견을 줏대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회사의 물리적 자원과 시스템을 활용하여 본인이 얻고자 하는 경험도 해보고, 데이터와 인사이트도 쌓고, 성취감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습관적으로 리스너의 자세로 임하다 보면, 마음속으로만 혼자 말하고 답하고 절대적인 수용자 포지셔닝이 된다. 결국은 내 안에서 꺼내어지지 않은 의견과 생각은 실행으로 연결되지 못하거니와, 여러 사람의 의견이 덧대어지면서 진보적인 방향으로 정제되고 개선되는 과정의 경험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늘 얻음의 깊이가 얕을 수밖에 없다.


한국 문화의 한계인지, 특정 기업의 문제인지, 위아래 수직 기업 문화에 길들여진 기성세대들의 대물림인지는 모르겠지만, 직급이 하나라도 높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이 하는 말에 다른 의견을 내거나 질문을 하는 것조차도 눈치를 주는 문화가 있다. 의견을 많이 내거나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넌 말 끝마다 따박따박 대드냐?"라는 뉘앙스의 말로 무안을 주는 경우도 있고, 예의가 없다거나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주도성을 가진 스피커 캐릭터였던 과거의 어떤 누군가가 결국에는 윗사람들의 미움을 사서 나갔다는 둥.. 여러 과거의 썰들이 구전으로 전해지며 결국에는 미팅의 분위기가 권위를 가진 특정 소수 중심으로 발언권을 갖게 되고 나머지 사람들을 모두 리스너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스피커가 되어서 괜히 튀고 싶지 않고 혹시라도 몰매 맞지 않을까, 괜히 나섰다가 윗 분들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되는데, 괜히 나한테 책임과 화살이 쏟아질 수 있으니 몸을 사리게 되는 것을 한국 문화를 탓할 수도, 조직 문화를 탓할 수도, 개개인의 문제라고 할 수도 없는 복합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


기성세대는 과거의 문화를 답습하지 않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연차가 많다고, 직급이 높다고 해서 권위를 내세우려고 한다면 잠시 본인의 권위를 지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디지털과 AI 시대에 젊은 세대들의 의견을 들을 수 없다면 회사는 도태되고 언젠가는 자리마저 내놔야 할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회사에서 수동적으로 주어진 일에 대해서 월급 받는 만큼만 기여하려는 태도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회사의 발전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취를 위해서도 본인의 의견이 꺾이고 또 꺾이더라도 굴하지 않고 무형의 의견이 어떻게 현실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배짱 두둑하게 도전했으면 한다.


스피커가 많은 조직이 건강한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