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의 생각 없는 생각> 책을 읽고 나서
의정부 미술도서관에 갔다가 손에 쥐어들고 레드 쇼파에서 단숨에 읽어버린 웨이팅 맛집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의 창업자이자, 대표였었던, 지금은 사모펀드 JKL 파트너스에 2000억에 매각후 최고브랜드책임자(CBO)가 된 료(이효정, 73년생) 작가가 지금까지 인스타그램에 올려왔던 글들을 편집하여 출간한 '료의 생각 없는 생각' 에 대한 리뷰를 남기어 본다. 그녀가 쌓아 온 발자취만큼이나 달라 붙는 수식어가 하나씩 늘어나는 것 같다.
그녀가 하는 말들이 결과론적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힘이 실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녀가 하는 말들이 성공의 여부를 떠나서, 자기에 대한 강한 긍정과 자신감, 꾹꾹 눌러 담은 - 직접 경험으로 겪어보지 않은 타인은 절대 알 수 없는, 긴 시간 동안 살아있는 경험을 통해 쌓아온 과정의 두터운 지층이 느껴지는 - 그녀만의 개인적인 서사를 자신만의 기조와 기세를 가지고 세상 바깥으로 '만져지는 유형의 것들로' 발현을 한다는 부분에 있어서,
라고 생각했다. <료의 생각 없는 생각> 에는 한 페이지에 반쪽 자리의 짧은 하나의 글(인스타 게시글의 분량일 듯 하다)이 적혀 있다. 책일 펼치면 금새 책의 마지막 장에 다다를 수 있다.
모든 글에 공통적으로 느껴졌던 메시지는 '나 자신'에 대한 호기심, 믿음, 확신, 응원이었다. 그리고, 그 메시지들은 료 자신만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있었다.
라고 끊임없이 외치는 것 같았다. 결과론적인 성공을 떠나서, 이러한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이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1등 해라. 의대 가라. 누구 아들딸은 어디 대학 갔다는데, 대기업 취업했는데.라며 국영수 성적순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서 모든 인간을 그 등급 무리들 속으로 소속되기를, 사회화되기를 바라는 어른들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다르다는 불완전함에 대해서 무한 신뢰와 응원을 보내는 어른도 존재해야 우주의 균형이 맞춰질 테니까.
생각을 매일 다잡지 않으면,
정체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것에
어느새 끌려가기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이것이 너의 생각인지 나의 생각인지.
-
자기로 태어나,
자기답게 사는 게 왜 그렇게 어려워?
어렸을 때, 언니는 나에게 종종,
라는 말을 했었다. 실제로 '나'에 대한 관심이 꽤 높았었다. 건뜻 하면 '나' 는 뭐지? 태어난 이유가 뭐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뭐지?라는 질문을 했다. 나밖에 몰랐다기보다는 세상을 향한 궁금증의 중심이 '나'에 기울어져 있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 같다.(나밖에 몰랐던 적은 없었다. 늘 나보다 타인을 더 위로했고, 나 자신보다 타인에게 더 마음을 주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도 알 수 없다. 사실 '답은 없다.'에 가까운 것 같다. 이유를 찾으면 뭐 할 것인가? '이유'보다는 내 안에 있는 '무엇' 이 '무엇' 이지?라는 질문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료의 생각 없는 생각> 책에서 또 하나 느껴졌던 포인트는 '반복' 이였다. 거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에 대한 반복된 생각들인데, 그 생각의 방향이 아주 또렷해서 이렇게 말해도 저렇게 말해도 표현이 다를 뿐이지 결국 종점은 '나'였다. 유튜브에 출연한 료를 보면서 뭔가 단단해 보이는 느낌이 있었는데, 인스타그램에 글로 생각을 기록하면서 료라는 '나'는 더욱 견고하게 '료' 가 되었겠구나 싶었다. 그녀는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글이든, 그림이든, 말이든, 스타일링이든 뭐든 내가 제일 잘 아는 진짜 나의 언어로 꺼내놓지 않으면 스스로를 알아갈 수 없다고 적었다. 너무 공감이 가는 글이었다. 어떤 도구를 이용하든 꺼내놓다 보면, '아~ 나 이런 사람이네?'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 안에서 피어나는 어떤 무엇이든, 그것이 결국은 반복된 다는 것을 느낀다. 이전의 학습된 경험을 토대로 왼쪽으로 살짝 바꾸어도 보고, 오른쪽으로 살짝 바꾸어도 보지만 결국은 차이는 있지만 반복이다. 회사에서도 보면, 정치를 잘 하는 사람은 타고난 포장 스킬과 아첨 스킬을 가지고 있다. 정치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그들이 하는 포장 스킬과 아첨 스킬을 흉내 낸 글, 타고난 반정치인 유전자는 차이는 있지만 반복이다. 각자가 지닌 것들이 다르다고 느낀다. 다름과 굳이 대치할 것 없이, 반복되는 것들 중에서 원하지 않는 것은 버리면 되고, 원하는 것들은 계속 반복하면 된다고 느낀다.
언젠가 나는 제일 내가 되겠지
<료의 생각 없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