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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에 딸들 7

휘가 지리산에 오다

by 루담

7화: 휘가 지리산에 오다

지리산 자락, 산골메밀 식당

루담은 새벽부터 이상한 꿈에 시달렸다.

어젯밤 마고가 나타난 이후, 돌조각의 반응이 더 강해졌다.

손목에 있던 푸른빛 자국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언니, 오늘 뭔가 이상해."

윤성이 식당 문을 열며 들어왔다.

"어떻게?"

루담은 반죽 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백구가 새벽부터 계속 짖어. 근데 화난 것도 아니고... 뭔가 기다리는 것 같아."

윤성은 앞치마를 두르며 말했다.

루담이 밖을 보니 정말 백구가 마을 입구 쪽을 향해 앉아있었다.

꼬리를 살랑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오전 10시, 지리산 입구 정류장

휘는 오랜만에 고속버스에서 내렸다.

서울의 복잡한 기운이 지겹기도 했고, 무당 루희 스승의 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지리산이 요즘 요동친다. 너, 거기 가서 기운 좀 살펴보고 와라. 네 고모도... 깨어날 때가 되었으니까."

휘는 백팩을 메고 산 아래 작은 마을로 걸어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어딘가 **숨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서 한 마리 개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산골메밀 식당 앞마당

백구는 휘를 보는 순간 일어서더니, 낯선 이에게는 보기 드문 방식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으르렁거리지도 않고, 꼬리를 흔들지도 않았다.

그저 휘를 빤히 바라보며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했다.

"얘가, 원래 이러지 않는데..."

루담은 백구의 반응에 잠시 멈췄다.

휘는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숙여 백구의 눈을 바라봤다.

"얘, 신을 봤네. 너, 그 돌... 갖고 있지?"

루담은 흠칫했다. 휘의 눈빛엔 익살기 대신, **한기가 서려 있었다.**

"넌... 누구냐?"

루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루희 언니 제자 휘어요. 언니가 보내셨어요."

휘는 백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루희? 내 동생이?"

루담의 목소리가 떨렸다.

"네. 언니 말씀으로는... 이제 깨어날 때가 됐다고 하던데요."

## 서울, 루희의 신당

같은 시각, 루희는 한지 위에 피를 떨어뜨리고 굿을 올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 떠오른 건, **무너진 돌무더기**, 그리고 한 여인이었다.

"언니... 깨어나는 거니?"

그녀는 눈을 감고 속삭였다.

"이젠 내가 가지 않아도 되겠네. 휘를 보낸 것만으로도... 마고는 움직이겠지."

그리고 그녀의 앞에 앉아 있던 노인이 말했다.

"그 산은... 곧 사람을 부를 것이야. 돌이 움직이면, 산도 운다."

루희는 촛불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휘야, 조심해. 언니를 지켜줘."

식당 안, 오후 1시

루담은 휘와 마주 앉아 국수를 내주며 말했다.

"그런데 넌 루희 제자라고? 내 동생이 어떻게 지내?"

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국수를 들었다.

"이 국물, 산이 우는 맛이네요."

그 말에 루담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돌조각을 꺼냈다.

그리고 휘의 말처럼, 돌은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언니, 이게 뭔지 아시죠?"

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모르겠어. 뒷산 돌무더기에서 주운 건데...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

루담은 돌을 테이블에 놓았다.

휘는 돌을 보더니 눈을 감고 집중했다.

"강한 기운이 느껴져요. 그런데... 뭔가 깨어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깨어나려고?"

"네. 마고 님의 기운이에요. 루희 언니가 맞았네요."

휘는 눈을 뜨며 말했다.

그 순간, 돌에서 푸른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식당 안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모두 루담을 바라봤다.

"어머, 저게 뭐야?"

"눈이 번쩍했는데?"

루담은 당황해서 돌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죄송해요. 그냥... 장난감이에요."

하지만 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언니, 이제 숨길 수 없을 거예요. 기운이 너무 강해졌어요."

저녁 6시, 식당 마당

손님들이 다 돌아간 후, 루담과 휘는 마당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백구는 두 사람 사이에 누워 있었다.

"휘야,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루담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언니는 마고 님의 후계자예요. 루희 언니가 그랬어요."

휘가 돌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고가 누군데? 왜 나를 후계자로 선택한 거야?"

루담이 물었다.

"마고 님은... 이 땅의 어머니 같은 분이에요. 생명과 치유의 힘을 가지셨죠."

휘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왜 나한테 이런 힘이?"

"피는 속일 수 없어요. 언니 어머니도 그 힘이 있었을 거예요."

휘가 말했다.

그 순간, 심애 할매가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뭔 얘기를 그리 진지하게 하고 있나?"

"할매, 이 분은 제 동생 제자예요."

루담이 휘를 소개했다.

심애 할매는 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루희 그 아이 제자구나. 그럼 다 알고 있겠네."

"뭘 알고 있다는 거예요?"

루담이 물었다.

"마고의 우물 이야기 말이야. 그리고... 곧 올 일들."

심애 할매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 그날 밤, 루담의 방

루담은 휘와 함께 자려고 했지만 잠들지 못했다.

휘는 벌써 깊이 잠들어 있었다.

자정이 되자, 또다시 시작됐다.

손목의 따끔함.

그리고 방 안에 퍼지는 푸른빛.

이번에는 더 선명했다.

루담은 일어나 거울을 보았다.

눈동자가 완전히 푸른색으로 변해 있었다.

"루담아..."

마고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고 님?"

루담이 속삭였다.

"이제 준비해야 할 때가 왔구나. 네 곁에 도움이 될 아이가 왔으니."

마고가 말했다.

"전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괜찮다. 천천히 배워가면 된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어."

마고의 목소리가 심각해졌다.

"뭘 조심해야 하는데요?"

"어둠의 힘을 가진 자들이 너를 노리고 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나의 힘을 원했어."

그 순간, 휘가 잠에서 깨어났다.

"언니? 무슨 일이에요?"

휘는 루담의 푸른 눈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게 일어나 루담 곁으로 왔다.

"마고 님이 나타나셨네요."

휘가 말했다.

"네가 보이니?"

루담이 물었다.

"네. 루희 언니가 가르쳐 줬거든요."

그렇게 휘는 도착 했다.

돌 하나, 국물 한 그릇, 개 한 마리,

그리고 **깨어나는 자와 그것을 지켜보는 자**의 첫 만남.

루담은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휘가 있었고, 마고가 있었고, 심애 할매가 있었다.

하지만 어둠의 세력도 움직이고 있었다.

저 멀리 서울에서, 백암그룹의 검은 손길이 뻗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산 중턱 어딘가에서, 윤태화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든 검은 돌도 서서히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군..."

윤태화가 중얼거렸다.

산은 조용했지만, 그 속에서 무언가 큰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마고의 힘이 깨어나고 있었고,

그것을 둘러싼 싸움이 곧 시작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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