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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유 Jan 28. 2019

우리가 사랑하는 '인상주의'의 시작

인상,해돋이 by 클로드 모네 



여러분은 이 그림이 무엇처럼 보이시나요? 

그림에는 회색, 푸른색, 주황색들이 어지러이 칠해져 있습니다. 

화면 중간 부분에는 아주 빠른 붓질로 칠한듯한 검은 덩어리들이 몇 개가 보이고, 화면 윗부분 가운데에는 아주 밝은 주황빛 점이 보입니다. 

그리고 이 주황빛 점의 아래에는 마치 그 주황빛 점이 녹아 내린듯 보이는 주황빛 물줄기가 보이죠. 

화면 뒤쪽으로는 짙은 푸른 빛으로 마구 칠한듯한 알 수 없는 형태들이 보입니다.

그림의 중앙 부분을 차지한 주황빛 점은 바로 막 떠오르고 있는 태양입니다. 푸른 빛깔의 배경과 어지러운 형태들은 새벽의 푸른 공기 속, 항구에 정박된 배들의 모습이구요. 

이 작품은 안개에 싸여 있는 항구에 아침 해가 떠오르는 순간의 모습을 빠르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작품의 제목은 '인상, 해돋이', 후에 '인상주의'라고 불리우게 될 화려한 시대에 이름을 붙여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서 이 작품으로 인해 '인상주의'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일까요? 

이야기는 18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프랑스 파리는 보불 전쟁이 끝난 직후로, 전쟁에 징병되었다 돌아온 예술가들이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을 시기였습니다. 

전쟁의 상처를 잊고 예술을 통해 활기를 찾아가려고 하던 분위기였죠. 그때 열렸던 전시회가 바로 '제 1회 화가 조각가 판화가 무명 예술가 협회 전람회' 입니다.

이 전시회에서 위의 작품을 출품했던 화가는 '클로드 모네'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원래 이 작품은 이름을 달지 않고 전시회에 출품되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전시회 측에서 도록을 만들기 위해 작품 제목을 지어달라고 하자, 모네가 급하게 지어서 제출한 이름이 바로 '인상,해돋이'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이후부터, 작품의 제목이 비평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게 됩니다. 비평가들은 이 작품의 이름을 들먹이며 다른 작품들까지 함께 묶어 조롱하기 시작했던 거죠.

루이 루로이 라는 비평가는 전시회에서 이 작품을 보고 온 뒤에 신문에 다음과 같은 사설을 쓰게 됩니다. 


인상, 그것은 확실하다. 나도 역시 인상적이라고 느꼈다. 인상이라도 느껴야만 한다.
이 얼마나 자유로우며, 얼마나 쉽게 그렸는가! 
그림이 걸린 벽지의 밑그림도 이 작품보다는 더 완성도가 있겠다!"


아무래도 위의 비평가의 말은 '이딴 건 나도 하겠다!' 를 아주 고급스럽게 말한 것 같죠?ㅎㅎㅎ 그러니까 저희에게는 멋지게 들리는 '인상주의'라는 말은, 당대의 비평가들이 작품을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 냈던 말에서 시작이 되었던 것입니다. 

사실 당시의 기성 화단에서는 인상주의 화가들이 욕을 먹을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인상주의 이전까지는 무엇을 그리더라도 '얼마나 똑같이 그리는가' 가 중요했습니다. 마치 그 대상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히 그려내야만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작품의 제작기간이 2년,3년씩 걸리는 일도 허다 했구요.

이렇게 나름의 장인정신을 가지고 일하던 화가들에게는 단 몇 시간 만에 거칠은 붓질 몇 번만으로 작품을 완성해 내는 인상파 화가들이 소위 '날로 먹는'부류처럼 느껴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인상파 화가들은 '똑같이 그려내는 그림'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려 했고, 빛이 만들어내는 향연의 '인상'을 포착함으로써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찬란한 시대를 새로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이 '인상, 해돋이'를 그린 클로드 모네의 작품들은 아마도 우리가 '인상파'라는 그림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의 작품들일 거에요. 그림 자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은, 화사하고 아름다운 풍경화들이 모네의 작품 중에는 상당히 많습니다.




이 작품에서 모네는 무엇을 그리고 싶었을까요? 눈부시게 흰 드레스를 입은 여성모델이 화면 중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 여성을 그린 것 같죠.

하지만 저는 모델 뒤에 보이는 눈부시게 파란 하늘빛을 그리려 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위 그림에서는 아름다운 바다 빛을 그리려 한 듯 하구요.



다음 작품에서는 꽃잎을 황금빛으로 물들인 햇빛이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아름다운 노을 빛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모네는 평생 찬란한 '태양 빛'을 쫓았습니다. 평생을 인상주의자로 살았고, 죽기 전까지도 인상주의만을 추구해서 인상파라는 것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던 진정한 인상파 화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흔히 인상파들을 '빛의 화가들'이라고도 부르기도 하죠. 모네는 수 많은 인상파의 거장들 중에서 아마도 가장 빠른 눈으로, 가장 찬란한 빛을 잡아내었던 화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색은 나의 모든 시간을 사로잡는 집착이자 기쁨이며, 동시에 고통이다.
- Claude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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