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그 결심의 재시작

LOVE MYSELF

by 김중간

여전히 나를 못 믿는 채로 다이어트를 또 시작했다. 누군가는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거예요'라고 했지만 나는 그 부분에 있어서 온오프가 확실한 인간이다.

그러니까, 다이어트를 또 시작했다고 말한다는 것은 그동안 확실히 오프였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렇다는 것은 내가 지금 대단히 처참한 몸 상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그 결과,


2주 전 일요일, 교회에 다녀와서 집안엔 한 차례 전쟁이 있었다. 코로나 이후 처음 가는 대면 예배였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화려하게 꾸미진 않아도 다들 정돈된 옷차림에 깔끔해 보였다. 아마도 그 와중에 나는 거의 유일한 0.1톤급 거구처럼 보였던 것이 (보인 것이 아니라 사실) 이번 전쟁 발발의 잠재적 요인이라 해야 하겠다.


나는 상당히 위축이 되어 있었고, 스스로 참담한 마음을 애써 감추는 중이었다. 딸의 친구들이 나를 발견하지 못하길 바랐고,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길 바랐다. 내 눈은 거기 있는 누구보다 재빨랐다. 물론 필사의 회피를 위한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자연스러워야 했고, 나는 겉으로는 몹시 여유로운 척하며 능구렁이처럼 굴었다. 남편은 그런 내 노력에 의해 나를 완전히 오해하는 중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나의 와이프는 이런 환경에도 자극받지 못하는 인간이니 내가 직접 나서서 자극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집에 오는 길 차 안에서 결의에 찬 남편으로부터 몇 차례 날아드는 잽을 맞았다. 적의를 담은 교묘한 말들이 치열하게 오고 가다가 결국 내가 폭발했고, 그렇게 전쟁이 시작됐다.


나도 다 알아. 근데 이제 시작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무섭다고. 어차피 실패하게 될 거니까. 다시 실패하는 나를 더는 견디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당신도 그냥 나를 포기해. 나 같은 여자랑 사는 당신이 너무 안됐어. 그렇지만 어떡해. 나는 이제 자신이 없어. 난 어차피 못할 거야.


나와 남편을 동시에 할퀴는 말을 뱉어내면서 더욱 스스로가 환멸스러웠다. 내가 미웠다. 그리고 끝내 미안하다, 그래도 할 수 있다, 실패해도 된다, 괜찮다 말하는 배우자에게 미안했다.


눈물의 전쟁을 겪고 보내는 한 주는 그동안 외면해오던 나의 처참한 오늘을 들여다보는 과정이었다. 보자, 내가 몇 키로나 나가는지. 저 옷은 아직 맞는지 입어보자. 이렇게 입은 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거울을 좀 더 면밀히 보자. 여기까지 걸어가는 게 얼마나 지금의 내 몸엔 버거운지 확인해보자. 등등의 과정. 물론 결과는 생각보다 더 엉망이었지만 원인 모를 한 줌의 용기가 현실 직시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다이어트에 돌입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오늘로 5일 째니까 작심삼일은 무사히 넘긴 것 같다.


오늘은 코스트코에 가서 식재료를 샀다. 대부분 다이어트에 필요한 것들이었다. 현미, 견과류, 요거트, 시리얼... 5일간 계획한 기상시간에 맞춰 눈을 떴고, 클린한 아침식사를 했으며, 7시 이후엔 뭔가를 섭취하지 않았다. 아침에 눈 뜨면 공복 유산소를 해냈고 며칠 전부터는 웨이트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인간은 뭘 하고 사나, 싶었을 애플 워치가 드디어 '건강' 어플에 새로운 활동들을 업데이트하고 있고, 땀 때문에 자주 씻는 탓에 아마도 다음 달 물세가 많이 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나를 믿지 못한다.


코스트코에서 신선야채를 보고 몇 번 망설이다가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면서, 또 썩을 때까지 안 먹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나를 보면서 내가 내게 신뢰를 쌓으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가, 심란한 마음이 들었지만,


노력하는 나와 못 미더워하는 나를 조련하는 것도 나이니까, 그런 모든 나들을 잃지 않고 사랑해보자고 생각했다.


비포 사진을 찍으며, 내일부터 매일의 나는 달라질 거라 최면을 걸면서 기형도의 시 마지막 구절을 생각한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이제 남편도 딸도 강아지도 2번 3번으로 미뤄놓고, 나를 1번으로 사랑해봐야지. 나는 사랑 하나는 자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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