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어가도 돼,.

by MiddleMan

가끔은 그냥 이도저도 아닌 기분일 때가 있다.

빈 껍데기처럼 아무 생각이 나지 않고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모든 것에 무감각해진지 며칠이 지나고 퍼뜩 정신을 차려본다.


나는 누굴까
내가 사는 이유는 뭘까


귀가 먹은 듯 고요하고 광활한 우주를 둥둥 떠다니다가 갑작스럽게 로켓을 타고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이 된 것만 같다.


어디론가 가야하는데 목적지도 없이 갈팡질팡하는 내 주변에는,

어디로 가야할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는 듯이 바쁘고 정신사납게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다.


바보같은 나자신을 자책하며 한참동안 앉아 있는데,

어느순간 바삐 움직이는 수많은 다리 사이로 또다른 주저앉은 이들이 보였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앉았다 일어나는 이도 있었다.


아, 나만 길을 잃는 게 아니구나.


정말 힘들 때는 잠시 쉬어가도 된다는, 명언같은 말을 한동안 잊고 지냈다.


갑자기 몸과 마음이 멈춰버릴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신호랄까.


항상 주변을 둘러보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나는

정작 내 스스로에게는 귀를 기울이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도 알아채지 못했다.

왜 이렇게 정체되어 있는건지, 스스로를 자책하기만 했다.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또다시 다짐한다.


내가 잠시 멈추고 싶다면, 묻고 따지지도 말고 잠시 쉬었다 가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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