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평일 저녁 6시.
퇴근하고 나면 빨리 집에 돌아가 쉬고 싶으면서도 도통 집에 갈 엄두가 안 난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꽉 막힌 도로를 지나야 하는 퇴근길은.. 언제나 험난한 여정이다.
진을 쏙 빼놓는 통근이 적응된다 싶다가도 유독 지쳐서 위로받고 싶은 날이 있는데
아무 말 없이 조용히 혼자서 충전하고 싶은 날, 난 떡볶이를 먹으러 간다.
매콤하고 달달한 조미료와 탄수화물 범벅. 제대로 살찌는 음식이긴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내 몸에 암묵적 양해를 구하고 죄책감 없이 맘 편히 먹는다.
떡볶이와 김밥은 가장 기본적인 조합이다.
이 곳은 세종문화회관 뒷골목에 숨겨진 보석 같은 분식집이다.
버스정류장에서 걸어서 5분 정도밖에 안 걸려 버스를 기다리면서 후다닥 먹기에도 좋다.
분식의 가장 큰 매력은 주문하자마자 음식이 나온다는 것.
그래서 배가 엄청 고플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다.
김밥은 1분도 안 돼서 두툼하게 썰어져 나오고, 김밥 2개 정도 먹다 보면 떡볶이가 나온다.
이 집 떡볶이는 떡도 많지만 어묵도 꽤 많이 들어있다.
떡과 어묵을 번갈아가면서 먹기도 하고 어묵에 떡을 싸서 한입에 먹는 재미도 있다.
회사에서 나와 을지로 방향으로 걷다 보면 큰 길가에 작은 분식집이 있다.
6시 넘어서 조금만 늦게 가도 빈자리가 없는 이 곳은, 이미 유명한 곳이다.
기본 떡볶이도 맛있지만 이 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범벅이다.
튀김에 떡볶이를 부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떡볶이와 튀김을 프라이팬에 한 번 버무려준 느낌이다.
(정확히 어떻게 만드시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 입에는 매우 달고 짭짤해서, 눈물 쏙 빠지는 하루를 보낸 날 제일 당기는 음식이다.
코리아나호텔 뒤편에 있는 이 곳은, 을지로 가는 방향에 있는 떡볶이 집과는 다른 느낌의 범벅을 내어주신다.
잘 튀겨진 튀김에 떡볶이를 부어 주시는데 바삭한 튀김과 쫀득한 떡이 입을 즐겁게 한다.
메뉴가 다양해서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었는데 혼자 가서 너무 아쉬웠다.
청계천을 건너 서울시청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골목 귀퉁이에 아주 작은 분식집이 있다.
이 집의 모든 음식은 '집밥' 같다. 간이 심심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부담이 없었다.
김밥은 어릴 적 엄마가 건강을 위해 쌀밥 대신 흑미밥을 넣어서 말아준 모양 그대로였고,
떡볶이도 달고 짠 걸쭉한 소스 대신 최소한의 조미료와 싱싱한 양배추를 넣어 만든 엄마표 떡볶이 그 자체였다.
어렸을 때는 허여멀건한 떡볶이도, 밥에 간이 덜 된 2프로 부족한 듯한 김밥도 싫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어릴 적 싫어했던 맛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그런지 이 분식집이 자주 생각난다.
분당에 오래된 아파트 앞 지하상가에 있는 포장마차 느낌의 분식집.
평소에는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보곤 하지만 가끔은 따뜻하고 정겨운 시장이 그리울 때가 있다.
정리정돈이 조금 덜 된 듯한, 그러나 나름의 규칙이 있는 시장에 가고 싶을 때면 이 동네로 온다.
이 지하상가에는 소박하면서도 훌륭한 식당들이 꽤 있는데,
그중에서도 이 집은 옛날 중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던 음식과 분위기 그대로였다.
꼬마김밥을 찍어 먹으라고 겨자소스를 주셨는데, 떡볶이 국물이 어찌나 매력적인지 겨자소스는 손도 안 댔다.
특별하다기보다는 친근한 맛과 분위기에 절로 편안한 미소가 지어지는 곳이다.
내가 사는 동네, 학원이 밀집된 이 지역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분식집이 하나 있다.
내 입맛을 100퍼센트 만족시켜 주는 곳이다. '최고로 맛있는 분식'을 먹고 싶을 땐 무조건 이 집이다.
배가 터질 것 같아도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는 이 곳의 떡볶이는 적당히 달달하면서 매콤하다.
튀김도 되게 파삭해서 시간이 지나도 별로 눅눅하지 않다.
완벽한 맛집인데 부연설명이 더 필요할까?
종각역 쪽에도 있지만 나는 항상 인사동에 있는 지점으로 간다.
종각역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 것 같아서다.
'감성편의점'이라 불리는 이 곳은 간단한 음식과 간식들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데,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절대 대충 만들어주시진 않는다.
메뉴가 정말 다양하지만 내가 항상 먹는 음식은 정해져 있다. 라볶이.
뭐랄까, 추억의 맛은 아니지만 종종 생각나는 맛이다.
토핑으로 올라간 파채와 군만두마저도 너무 맛있어서 배가 불러도 남길 수 없다.
항상 라볶이만 먹다가 그저께는 국물떡볶이 맛 라면을 주문해보았다.
라볶이와 맛은 비슷하지만 국물이 좀 더 많고 떡보다 면이 더 많고 삶은 달걀 대신 반숙이 올라갔다.
라면도 토핑이 푸짐하게 올라가서 그런지 한 끼를 든든하게 먹은 느낌이었다.
떡볶이처럼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 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떡볶이나 먹고 집에 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