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감기

by MiddleMan

따뜻한 봄날에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나는 이 따뜻한 봄이 너무 춥다.


간밤에 내린 봄비에 벚꽃잎이 후드득 떨어졌다.

벚꽃잎이 어지러이 떨어진 길을 걸었다.


목적 없이 움직이는 두 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두 눈은 누구의 것인가

내 몸의 감각을 거의 잃어갈 때쯤 꽃잎으로 뒤덮인 바닥에 시선이 닿았다.


때이른 봄비에 속절없이 떨어진 벚꽃잎은 아스팔트 위에 흩뿌려져

나 걸어가는 앞길에 꽃길이 되어주었다.


아무 의미 없이 움직이던 두 발은 걸음을 멈추고

텅 빈 두 눈에는 봄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에게 봄은 여전히 춥다.

그러나 사라져가는 온 몸의 감각을 다시금 붙잡고

간간이 불어오는 봄바람에 미열을 식히려 고개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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