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여름 Jun 17. 2023

말과 마음.


     말 대신 지니고 있는 그 마음을 다르게 전달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맙다는 말 대신 커피 한 잔을 건네는, 힘들었겠다는 말 대신 조용히 방 문을 닫아주는, 많이 먹고 힘내라는 말 대신 그 앞에 좋아하는 반찬을 놓아주는, 오늘 참 예쁘다는 말 대신 눈길을 남보다 오랜 시간 주는 사람들.

     지금보다 어릴 때, 아니 사실은 꽤 최근까지 나는 말로 그 마음들을 확인하고 싶었다. 나를 좋아하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고 싶었는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하루 중 내 생각을 얼마나 하는지, 그때 그 행동이 나에게 미안한지, 얼마나 미안한지. 마음이라는 것은 측량할 수 없는 것임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얼마나'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기울였는지.



     그런데 또 이런 사람들도 있다. 그 마음이 얼마만 한 지는 잘 모르겠지만, 크게 크게 말로 표현해 주는 사람들.

     내가 애주가라는 것은 꽤 많은 학생들이 알고 있는데, 수업 시간에 지나가는 말로 "선생님이 술만 안 마셨어도 지금보다 5kg는 덜 나갔을 거야"라고 이야기하니, 한 아이가 "선생님, 지금보다 5kg 덜 나가시면 바람에 날아가서 안 돼요."라고 했고 그 뒤에 앉은 아이는 "야, 선생님은 이미 바람 같아서 지금도 조심하셔야 해."라고 했다.

     누가 들어도 아부성 발언인데, 나는 이 대사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선생님의 아무 말에 같이 아무 말로 대응해 주는 것도, 선생님 기분을 좋게 해 주겠다는 일념하에 마음과 다른 큰 말들을 해주는 것도.



     어쩌면 말이 먼저인지, 마음이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 마음을 보듬어주려는 작은 마음과 마음보다 크게 만든 말들을 해주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내 곁에 이런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있어서, 내 삶은 견딜만하고, 어떨 때는 참 좋다.

작가의 이전글 조조, 와타나베, 그리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