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똑똑.
-이번에는 금방 오셨네요?
-새해잖아, 너 뭐하는지 궁금해서 보러왔어.
-휴, 저번에 하신 약속을 잊으셨나 했어요.
-난 약속은 지켜.
-멋있으시네요.
-곧 새해인데, 약속은 안나가?
-보시다시피 친구가 없는지라.
-학교에서 같이 다니던 사람들은 친구가 아니야?
-같이 새해를 맞이할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에요. 아니, 그보다 그걸 왜 알고 계신거죠?
-지켜 봤으니까?
-저번에 했던 약속은 어디로 간거죠?
-무슨 약속?
-절 지켜보실 때 제 머리 두번 두들겨 달라고 했던 약속이요!
-농담이야, 기억하고 있어.
-기억만 하시면 뭐하죠? 실행을 안하셨는데. 방금 말씀하신 ‘난 약속은 지켜.’ 란 말은 대체 어디로 간거죠? 제가 멋있다고 칭찬도 해드렸는데.
-내가 기억하고 있다는게 더 중요한 거 같은데.
-그건 잊어버리신 것과 다를바 없잖아요. 휴, 다음엔 꼭 두드려 달라고 다시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발요.
-그정도 정성이라면, 못해줄 것도 없지.
-저번에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것 같지만, 믿고 넘어가겠어요. 전 가련한 필멸자니까요.
-나도 불멸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는데? 그냥 엄청 오래사는 걸 수도 있고.
-피라미드 지을 때부터 사셨으면 이미 수명의 의미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럴지도.
-제 사생활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니 썩 좋은 기분은 아니네요. 그래서 신호를 달라고 부탁드렸던 건데.
-그렇게 자세히 보지는 않았으니 걱정마. 그냥 지나가다가 한번씩 내려다본 정도일뿐이니까.
-그정도뿐이라서 다행이네요. 그래도 안돼요, 아셨죠?
-알았다니까. 네가 이렇게 귀찮은 성격인줄 알았다면 그때 차에 치여 죽게 내버려 두는건데.
-죄송해요.
-농담이야.
-그런 농담은 사양할게요, 전 조마조마하다구요.
-난 재밌는걸?
-성격 나쁘시네요.
-그거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던거 아니었어?
-그야 그렇지만요. 초월자랑 대화하는 건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이네요.
-받아들여. 어쩔 수 없지.
-당사자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조금 약오르네요.
-그것말곤 네가 할 수 있는게 없으니까.
-그것도 그러네요. 노력해볼게요.
-하면 하는거지, 노력해보는건 뭐야?
-아무래도 인간은 마음먹는다고 다 할 수 있는건 아니라서요.
-어렵네. 난 아닌데.
-...그러면 제 약속은 지킬 마음도 없으셨다는거 아닌가요?
-오늘 대화 즐거웠어.
-회피도 하시고, 인간 다 되셨네요.
-시끄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