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시간
-똑.
-안녕하세요, 기분이 안 좋아보이시네요.
-그래? 평소와 같은데.
-그러니까요.
-너, 왜 이렇게 겁이 없는거야?
-저도 잘 모르겠네요. 이 대화가 조금 즐거워졌나봐요.
-나 기다렸어?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흐응.
-표정이 솔직하시네요.
-난 표정 관리 같은거 할 필요없거든.
-그거 부러운데요. 그러고보니 제 생각은 못 읽으시나요?
-궁금해?
-아뇨, 묻고나니 대답 듣는게 조금 무서워졌어요.
-못 읽어.
-못하는 것도 있으셨군요?
-아마 몇천년 쯤 더 있으면 가능해질지도.
-적어도 제가 살아있을 땐 못 하신다는거군요. 안심이에요.
-왜?
-제 생각이 들리면 대화가 재미없어질 것 아녜요.
-그렇긴하겠지.
-전 아무래도 싫증났다고 죽긴 싫은지라.
-내가 아무리 그래도 싫증났다고 사람을 죽이진 않아.
-저말고 2번 이상 대화해본 사람은 있고요?
-...
-그럴 줄 알았어요.
-싫증난다고 안죽일게.
-약속이에요?
-약속.
-지킬 맘은 있으신거죠?
-그럼.
-생각보다 마음이 놓이네요, 그 말.
-내가 약속 어기는거 봤어?
-지난번 대화 때 왜 도망가셨는지 기억 안나시나봐요.
-기억 안나.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시니까요.
-그건 그렇지.
-부정안하시는게, 지난번에 정말 부끄러우셨나봐요.
-너희들이 조금 이해가는 것 같기도하고.
-장족의 발전이네요.
-그래? 나는 퇴행하는 기분인데.
-쿡.
-지금 웃은거야?
-웃기잖아요.
-그렇게 웃는 건 처음 봐서.
-처음 보는게 많으시네요.
-그러게, 오래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근데 인간이 웃는건 많이 봤을 거 아니에요?
-많이 봤지?
-처음 보신 것도 아니잖아요.
-이번엔 달랐어.
-뭐가 달랐는데요?
-모르겠어.
-모르시는 것도 있으시네요?
-그러게.
-원래 삶은 모르는거 알아가는 재미니까요.
-그래?
-그럼요.
-생각 좀 해봐야겠어.
-네. 시간은 많으시잖아요?
-난 많지.
-무슨 뜻이에요?
-네가 시간이 없잖아.
-아.
-다음에 보자.
-방금 그 말 때문에 불안해졌어요.
-뭐가?
-저 죽고나서 찾아오시는 건 아니겠죠? 100년정도는 찰나라면서.
-100년은 금방이긴하지.
-그럼 조금 뒤에 뵐까요?
-조금 뒤?
-100년이 금방이면, 몇 주 정도는 조금 뒤가 아닐까 해서.
-쿡.
-어, 웃으셨다!
-그래, 조금 뒤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