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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 Apr 20. 2020

도전하라고 하기
미안하고 민망했던 순간

평범함은 엄청난 특권이다.

 2년 전 가출 청소년 보호 센터에 가서 친구와 요리 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센터장님이 우연히 나의 강연을 들으시고 인상 깊었다며 내게 명함을 내미셨었다. 그리고 센터 아이들에게도 시간이 되면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하셨다. 사회성이 결여된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희망을 주리라는..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선뜻 봉사에 응했다.

센터에는 한 부모 가정 혹은 고아 외상적 결여보다는 정신적인 아픔이 많은 아이들이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너무 밝았다. 선생님, 선생님 하며 우리를 잘 따라주었다. 가출 청소년이면.. 날라리 일거라고 속단한 내가 밉고 부끄러웠다. 요리도 맛있게 먹어주고.. 나의 여행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어주었다. 아이들의 대부분이 해외에 한 번도 나가보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나는 '나' 같은 사람도 꿈꾸고 노력하니 결국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근데 한 아이가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아요. 사실 저희 아버지가 감옥에 계세요. 그냥 계신  아니라 '살인'이라는 죄를 저지르셨어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최대한 상황을 마무리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센터를 나왔다.


몸도 피곤했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그 아이에게는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을까.. 과연 나였다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었을까? 눈물이 났다. 감히 위로할 수 없었고 도전하라 말할 수 없었다.

사람은 서로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저마다의 고통이 있다.
희망의 한 마디조차 상처가 될 수 있다.



오늘 <하이바이마마> 라는 드라마의 최종회를 보며 생각했다. 평범함의 특별함..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 특별한 재능은 없어도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특권이라는 것을.


평범함에 감사하자 그리고 받은 만큼 더 많은 것들을 나누는 사람이 되자.


당연한 건 없습니다. 바로 지금 내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것들을 한번 적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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