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은 엄청난 특권이다.
2년 전 가출 청소년 보호 센터에 가서 친구와 요리 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센터장님이 우연히 나의 강연을 들으시고 인상 깊었다며 내게 명함을 내미셨었다. 그리고 센터 아이들에게도 시간이 되면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하셨다. 사회성이 결여된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희망을 주리라는..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선뜻 봉사에 응했다.
센터에는 한 부모 가정 혹은 고아 외상적 결여보다는 정신적인 아픔이 많은 아이들이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너무 밝았다. 선생님, 선생님 하며 우리를 잘 따라주었다. 가출 청소년이면.. 날라리 일거라고 속단한 내가 밉고 부끄러웠다. 요리도 맛있게 먹어주고.. 나의 여행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어주었다. 아이들의 대부분이 해외에 한 번도 나가보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나는 '나' 같은 사람도 꿈꾸고 노력하니 결국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근데 한 아이가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아요. 사실 저희 아버지가 감옥에 계세요. 그냥 계신 게 아니라 '살인'이라는 죄를 저지르셨어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최대한 상황을 마무리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센터를 나왔다.
몸도 피곤했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그 아이에게는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을까.. 과연 나였다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었을까? 눈물이 났다. 감히 위로할 수 없었고 도전하라 말할 수 없었다.
사람은 서로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저마다의 고통이 있다.
희망의 한 마디조차 상처가 될 수 있다.
오늘 <하이바이마마> 라는 드라마의 최종회를 보며 생각했다. 평범함의 특별함..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 특별한 재능은 없어도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특권이라는 것을.
평범함에 감사하자 그리고 받은 만큼 더 많은 것들을 나누는 사람이 되자.
당연한 건 없습니다. 바로 지금 내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것들을 한번 적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