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믿음 Apr 09. 2020

먼저 피는 꽃은 먼저 지기 마련이다.

봄의 시작과 끝에서 문뜩 든 생각

 3월, 드디어 봄이다. 거리에는 생기가 돈다. 움츠렸던 꽃 봉오리들도 하나 둘 입을 열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활짝 핀 꽃이 있다. 아직 서늘한 3월인지라 흔하지 않은 광경, 거리를 걷던 행인들이 그 꽃 앞에 멈춰 사진을 찍는다.

아들, 저기 서 봐! 엄마가 사진 찍어줄게! 아이 이쁘다~


저 꽃과 함께 인증샷을 찍으면 누구보다 먼저 풍성한 봄을 맞이할 수 있었다. 비록 주변은 초라할지라도.. 업로드될 사진에서는 그 공허함을 잘라 내버릴 수 있으니까!


부러워요! 저도 꽃놀이하고 싶어요ㅠㅠ 우리 동네는 아직인데..!  _ x스타그램


SNS에 발 빠르게 올린 사진으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 어느새 동네 사람들의 주목을 한꺼번에 받는 사진 명소가 됐다. 문뜩 든 생각인데.. 아마 다른 꽃들은 저 꽃을 시기할 거 같다.

"우리도 똑같은 꽃인데 쟤는 왜 이렇게 빨라..? 나는 언제 피지 ㅠㅠ"

 어느새 4월 중순, 긴팔티 하나만 입어도 부담 없이 거닐 수 있는 포근한 날씨. 완연한 봄이 왔다. 거리에 듬성듬성 피었던 꽃들은 너 나 할 거 없이 모두 만개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강변을 뛰던 중 유독 초르스름한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이 지고 새싹이 돋아 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 꽃은 몇 주 전, 다른 꽃보다 먼저 핀 그 꽃이었다. 한 때는 정말 이뻐 보였는데.. 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는데.. 이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더 이상 그 꽃 앞에는 사람들이 멈춰 서지 않았다. 


외로이 보이는 그 꽃에게 말은 건넨다.


"너는 지금도 그때처럼 유난히 다른데, 그렇다고 유난히 돋보이지는 않는구나!"  

   



먼저 피는 꽃은 먼저 지기 마련이다.

 코로나로 인해 일이 끊기고 생계가 불안해진 요즘.. 잘 나가는 남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것이 일상이 됐었다. 왜 나의 때는 오지 않는지 원망스러울 때도 많았다. 오히려 악재만 계속되는 것 같고.. 역시 나는 안 되는 걸까?


하지만 꽃을 보며 느꼈다.


먼저 피는 꽃이 아닐지라도

나도 때가 되면 사랑받는 꽃이 될 수 있음을

나의 계절이 오면 나도 분명 피어날 것임을


그리고 설령 먼저 피더라도 자만하지 않을 것임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