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 읽씹하기 그 후 ①
자고 일어나니 지방선거 결과가 나오고 조니 뎁 - 앰버 허드 명예훼손 소송 결과가 나왔다. 오늘 같은 날, 나 또한 뭐가 있다고 괜히 저 두 화제에 비벼보고 싶다..
실은 이전 글 '무관성 팔자'에서 이야기 한 회사가 저지른 불법 행위가 사실로 인정되어 처분 수위를 정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무관성 팔자 https://brunch.co.kr/@midhood/6)
당시 나는 퇴사하면서 회사의 부정 행위를 찾아 노동청에 신고했다. 100% 공익을 위한 신고라 말하고 싶지만 단체로 한 사람을 사기꾼으로 몰아간 것에 대해 심한 모욕감을 느낀 이유가 크다. 그것도 내 뒤에서. 진짜 범죄자가 누군데? 싶었다.
짧은 경력이지만 별의별 회사를 다 보고, 온갖 이상한 회사 이야기를 주워들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비정상적이지 않으면 회사를 운영할 수 없는 건가 보다 생각했다. 그래도 그건 경영 상의 문제일 뿐 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별로 상관없지 않나 하며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세상 급진적인 성향을 가진 지인이 한 명 있었다. 마주칠 때마다 세상의 온갖 모순된 부분을 고쳐야 한다며 설파하던 지인은 이것부터 한 번 직접 뜯어고쳐보겠다고 사회적으로 비리 의혹이 난무하고 그만큼 이름도 유명했던 한 기업에 입사했다. 일 년 정도 지났을까? 다시 만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입사해서 보니까 다 이유가 있어서 회사가 그런 행동들을 했었던 것 같아. 나는 회사 어른들의 뜻을 존중하고 따를 거야."
응. 개인이 다수를 어떻게 이기니? 엄연히 주종 관계이거늘 회사를 어떻게 뜯어고치니?
불법 행위를 마다않고 겉을 유지하는 회사는 속으로는 타깃을 정해 희생양으로 삼아 본인들의 정당성을 유지한다. 남을 뚱뚱하다고 말하면 내가 날씬해 보이겠지 하는 레지나 조지같은 심리겠지. 일부만 썩었다고 해도 썩은 사과다. 경영 상의 문제이지 나와는 관계없다 외면했던 화살의 방향이 이제는 내게 향했다. 이전 글에서 총괄 부장이라는 개발자의 단독 행동인 것처럼 묘사했지만 과거 내부에 유사 사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아마 그는 장기짝이었을 것이다.
스스로 화살의 방향을 내게로 돌린 내 문제도 있다. 이혼 소송 전에 부부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전 남편이 딱 한 번 상담에 참여한 후 이후의 상담을 거부하는 바람에 더는 참여할 수 없다고 직접 센터에 찾아가 말씀을 드렸었는데, 상담사분은 알겠다고 하며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아내분의 대화하시는 스타일을 보았는데, 대화 속에서 본능적으로 사실이나 진실을 추구하시는 스타일이세요. 거짓말쟁이들이 가장 껄끄럽게 느끼는 스타일이에요."
뭔 소리람? 상담사분이 돈도 안 받고 친절하게 부부 상담이 문제가 아니라 남편이 거짓말쟁이이고 너는 너도 모르는 사이에 거짓 속의 진실을 찾고 있다 넌지시 알려준 것이었는데 당시의 나는 뭔 소리인지 못 알아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회사에서 사기꾼이라고 몰린 노골적인 경우는 유일무이했지만 살면서 가끔 제 발 저린 도둑들이 먼저 달려든 적이 있다. 전 남편의 선제 소송처럼 말이다.
회사를 상대로 싸우는 거 정말 귀찮고 하기 싫은데.....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상하이에 살고 있는 아는 재중교포 동생에게서 카톡이 왔다.
"누나 뭐해?"
"응? 너네 나라ㅋㅋ 카톡 차단한 거 아니었어?"
"나는 차단시켜도 해. 이 나라 사람들은 TV에서 김치, 한복 다 중국 거다 떠들면 거의 모두가 믿지. 국가가 시키는 건 무조건 믿고 따르거나 믿지 않는다면 무서우니까 침묵하지. 나도 무서워. 그래서 혼자 막힌 거 뚫어보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가끔 주변에 VPN으로 우회 접속해서 해외 뉴스 한번 찾아봐라 소리 정도는 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조금이나마 하고 있어."
얘는 그냥 한국어 쓸 겸 주절주절 자기 이야기를 떠든 것이었는데 나 혼자 감명받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라..
조지고 올까, 조져질까? 회사를 뜯어고치겠다는 건 애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말이다. 나는 그냥 더러우니까 깨끗하게 청소해서 세상에서 없애주기로 했다.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총괄 부장과 회사의 악행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측면으로는 확인 가능한 증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부정 행위 신고를 최대한 다 했다. 그리고 1년 만에 사실로 확인받았다.
나는 스스로 바뀔 것 같기도 하고, 내 주위를 바꾸어 나갈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먼저 나서는 행동 따윈 결코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 초대장을 보낸다면 응하겠다. 분명히 대놓고 회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내가 왜 그만두는지 설명하고 퇴사했었던 것 같은데.. 받아야 할 처분 생각 못 하고 신고자가 누구인지 열심히 찾고 있다고 들었다. 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