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회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예기치 못했던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 이제 겨우 괜찮아진 내 마음만으로 앞으로를 향한 스텝을 밟아갈 수 있다고 오로지 내 입장에서의 생각만 했다.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나라는 사람이 괜찮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못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구직 과정에서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가 많이 사라졌다고 해도 결국 최종적으로 입사를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개인정보가 수집되는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아직도 나는 내 결혼 여부를 뭐라고 표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호적상 미혼은 맞는데 미혼이라 답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아, '아직' 결혼 안 하셨나 봐요?"
결혼을 안 했으면 안 했지 '아직'은 뭐람? '한 번 다녀왔습니다'라고 답하기도 뭣하고 입 다물고 가만히 있기도 뭣해진다.
택시를 이용하던 중에 택시 기사분이 결혼 여부를 여쭤보시길래 한 번 뵙고 말 분이라 실험 삼아 한 번 다녀왔다고 말해보았다. 그러자 택시 기사분이 재차 질문하셨다.
"그래요? 그래서 기분이 어때요?"
또 있다. 새로이 증명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에 방문하여 촬영 후 사진 기사분이 포토샵 작업하시는 것을 옆에서 모니터링하다가 또 결혼 여부에 대해서 질문받았다. 그분께도 한 번 다녀왔다고 답했다. 그러자 사진 기사분은 이렇게 반응하셨다.
"와! 도대체 몇 살이시길래.. 엄청 빠르시당~."
택시 기사분이나 사진 기사분이나 이상할 것 없다. 내가 사람들이 당황할 만한 대답을 했다. 누구도 내 대답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를 것이다.
위드 코로나와 함께 모임이 자유롭게 되자 아빠는 일가친척들을 모아 그동안 미뤄왔던 자신의 환갑잔치를 열고 싶은 맘을 내비쳤다. 다 좋은데 많은 친척들이 모였을 때 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 살짝 아찔해졌다. 인원이 많은 만큼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신 외할머니께 이혼 소식을 전했을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나는 내 이혼에 대해서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다.
어찌어찌 연 아빠의 환갑잔치에서 어떤 친척 분은 고생했다며 내 어깨를 툭 두들기고, 어떤 분은 그저 그것에 대한 언급 없이 평상시와 다름없는 말을 건네셨다. 그렇게 무사히 지나가려나 싶었지만 아니었다.
"아휴 어떡하니. 뒤늦게 너 얘기 전해 듣고 네 사촌 언니, 오빠들이 다 화가 났었어. 그런데 그놈을 욕하진 않더라."
결국 우려했던 무슨 말을 듣고야 말았다. 나는 당황한 기색을 빠르게 감추며 답했다.
"어찌 됐든 남녀 간 당사자들의 일인데 콕 집어서 욕할 것까지야.."
너무 침착하게 답했나 싶은 와중에 다음 말이 돌아왔다.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너 아직 걔한테 맘이 남아있니? 근데 너 빼고 주위에선 다 걔 어린아이 같고 철딱서니 없어 보인다고 탐탁지 않아했었어. 나는 네가 너무 아까웠어. 그런데 너도 고집이 센 편이잖아. 나는 네가 언젠가 큰 코 다칠 줄 알았다."
화에 가까운 기분이 되었는데.. 위로를 하시는 건지 쌤통이라고 말씀하시는 건지 결국은 알 수가 없어 어이없는 마음에 맞는 말씀이라고 답하며 소리 내어 크게 웃어버렸다. 이런 온갖 다양한 반응이 나올 만큼, 흔해졌다고는 하지만 누군가의 이혼은 주위의 관심을 끌면서도 당황스러운 이슈다.
그래서 나는 내 결혼 여부를 미혼이라고 표시해야 하나? 기혼이라고 표시해야 하나? 엄밀히 말해 Un, Not인 것이니까 아닐 미(未), 미혼에 표시를 한다. 그런데 좁디좁은 업계에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혹시라도 내 개인사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어쩌지? 이제는 없어진 빠른 생일 시스템 하에 나이보다 1년 이르게 학교를 입학해 살아온 사람으로서 학년 나이를 말하면 나이를 높인다 구시렁거리고, 원래 나이를 말하면 어린 척을 한다 구시렁거림을 봐왔다. 그럼 이번엔 미혼도 아니면서 미혼인 척하네라는 구시렁거림과 맞닥뜨리게 될까?
따지지 않으면 안 될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말겠지? 오늘 내가 잠이 안 와서 유난히 쓸데없는 생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