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만 피해자에요? 섭섭하네요..

by 정릉밈씨

모 아이돌의 과거 행실이 연일 기사에 오르내리며 연예계가 한창 학폭 논란으로 들썩이던 무렵, 처음엔 그저 저러다 사그라들겠지 했다. 그런데 그 과거 행실이 보통이 아니었던지라 커뮤니티 댓글창이 난리가 났었다. 댓글 눈팅러인 나는 댓글을 읽다가 '피해자에게 상처는 평생이에요. 절대 티비에 나오지 마세요.' 류의 댓글을 읽고 마음이 살짝 복잡해졌다. 일단, 텔레비전에만 안 나오면 그만인가? 싶었다. 끝까지 반성 없이 어디선가 잘 먹고 잘 살 수도 있는 건데? 두번째로 나도 어떻게 보면 가정폭력 피해자인데, 가정폭력에 불륜까지 저지른 내 전 남편은 어디선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얼핏 들은 것 같은데.. 별거 직전에 브런치 인기 작가였으니까 지금도 열심히 글 쓰고 구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겠지? 내 마음은 점차 꼬여져 갔다.


"학폭 피해자는 좋겠어요. 국민들이 그렇게 마음을 헤아려줘서. 나도 인생 망친 건 마찬가지인데."

술 한잔 기울이며 지인에게 털어놓았다.

"너는 남녀 문제였잖아. 그리고 걔가 티비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 "그래도 티비에 안 나올 뿐 반성 없이 잘 먹고 잘 사는건 똑같지 않아요?"

안다. 어린 학생들의 극복과 다 큰 어른들의 극복은 다르다는걸. 그리고 일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듯이 내 전 남편은 사회봉사 이수와 위자료 지불을 통해 그의 죗값을 다 치렀다. 잘 먹고 잘 살아도 된다. 하지만 나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기분에 괜히 애꿎은 어린 피해자들에게 짜증이 났다.


"차라리 배우자가 바람이 난 게 낫겠다 싶었어요."

이혼을 다루는 방송이 많아지면서 돌싱인 일반인이나 돌싱이 된 연예인들이 자신의 이혼에 대해 이렇게 회고하는 경우를 보게 되었다.

"배우자가 바람이 나면 쉽게 이혼할 수 있잖아요. 근데 그게 아니어서 힘들었어요."

아하? 저 쉽게 이혼 안 했어요. 정말이지 이혼하고 싶지 않기도 했어요. 1년 반을 전쟁 같은 증거수집, 재판을 치르며 이혼해야 했죠. 내 가정사인데 내 가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인 상간녀와도 부딪쳐 1:2로 싸우는 것 같아 버거웠어요. 잘잘못이 확실하니 주변에서 제 편만 들어줬던 것 같지요? '너 성격이 얼마나 불같았으면 남편이 밖으로 나돌았겠어?'라는 말도 들었어요. 저도 '차라리 합의이혼이면 반년이면 끝났을 텐데 그게 더 낫잖아요.'라고 말해 볼까요?


"너는 자존감이 딱 적당한 것 같아. 멘탈이 강해서 좋겠어. 나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누가 누구한테 사는 게 힘들다고 하는 건지.. 친구들끼리 충분히 오갈 수 있는 말도 고깝게 들렸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한테 하소연을 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라는 사람.. 마음에 아주 큰 어둠이 낀 것 같았다.


무언가 감정적으로 토해 내고 싶을 때마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 글을 쓰기 전 토해 내고 싶은 감정과 사건들을 여러 번 곱씹어 본다. 수십 번 수백 번 곱씹어 본 결과, 결국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고 생각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심리상태는 최근의 내가 제일 심했던 것 같다. 돈과 명예로 행복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듯이 한 사람의 인생의 무게와 사연도 누가 더 힘들고 덜 힘들다 비교할 수 없는 것이거늘.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 대회에서 1등이라도 하면 좋았던 걸까? 사람들이 불쌍하게 여겨 챙겨주길 바랐던 걸까? 그랬다면 또 불쾌해했을 거면서. 이상한 경쟁심리를 가졌던 나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반성한다. 누가 잘 살 건 못 살 건 나는 오로지 바른 정신과 성실한 마음가짐으로 앞으로 살아갈 내 인생에 임하는 것에만 신경 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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