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에 절교선언을 받다 ①

우정이 뭐길래

by 정릉밈씨

이혼소송에 돌입하면서 별거를 시작해 본가에 돌아오게 되었다. 지금의 본가는 중학생 시절부터 살고 있는 아파트로 아직 동네 친구들도 남아 거주하고 있는 동네이다. 재판 스트레스가 심하던 찰나에 연락이 끊기다시피 했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종종 만나게 되었고 그 끝은 언제나 폭음이었다. 안 그래도 짜증 나고 허전한데 매번 가까이 사는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내주며 스트레스를 풀어주니 고마웠다.

조금 시간이 흘러 차근차근 내 안의 격했던 감정들이 정리되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조각 났던 내 생활을 수습해가기 시작했다. 꿈과 생계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시간이 없단 이유로 미뤄놨던 공부들과 보유하고 싶었던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하루를 할애하게 되었다. 그런데 동네 친구들과의 만남의 빈도는 전혀 줄지 않았다. 심할 때에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아무리 친한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감을 가질 필요가 있고, 자기 할 일을 우선시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타입인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술 먹자며 몰아치는 친구들의 연락에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었다.


뭔가 대화도 잘 통하지 않았다. 나는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관심이 가는 여자, 남자, 썸, 애정싸움.. 같은 것들에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이혼을 하는 단계의 사람이니 당연했다.) 동시에 접근하는 두 남자? 한 명만 골라 만나면 되지 않나? 자꾸 연락 오는 전 남친? 연락처를 차단하면 되지 않나? 뭐가 고민이지?

너무나도 오랜만에 접하는 그런 이야기 주제에 오히려 노스탤지어를 느끼기도 했다. 맘 먹고 내 근황 토크를 해봤다. 글을 쓰고 있다, 회사 다니면서 바빠서 못했던 아쉬웠던 몇 가지를 다시 공부하고 있다 등. 무반응에 가까운 반응이 돌아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되물어주던 다른 그룹의 친구들과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급작스럽게 약속을 잡는 방식도 달갑지 않았다. 번개도 하루이틀이지 사전에 서로 스케줄을 확인하고 만나면 안 되는 건가 싶었다. 그래도 서로 서로 지척에 살고 있기에 귀갓길에 들르면 되는 만남이라 어떻게 맞춰왔다만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만나야 하는 걸까? 평범하게 주말 낮에 약속을 잡으면 안 되는 걸까? 신년회, 송년회, 일 년에 두어 번만 만나도 엄청 자주 만나는 것일 텐데 한 달에 몇 번을 만나야 만족스러운 걸까? 자기 생활이.. 아예 없나?


점점 모임에 불참을 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약속잡기에 곤란해하는 태도를 보이자 부르는 일이 잦아들긴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술 마시자며 친구들이 회사 앞에 찾아오는 일이 생겼다. 회사가 위치한 지역까지는 모르겠는데 회사 코 앞까지 친구가 찾아온다는 것이 어쩐지 내 공적인 공간을 배려해주지 않는 듯한 기분에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얼굴 보고 싶다며 회사 앞까지 온 친구들을 그냥 돌려보낼 순 없어 하던 업무를 중단하고 퇴근해 근처 맛집에 데려가 그 날의 술상을 대접했다. 그리고 함께 택시를 타고 귀가하기로 했다.


"오늘은 택시비도 내가 낼게. 멀리까지 와 줘서 고마워."

그러자 한껏 취한 한 친구가 답했다.

"이야아아아~ 난 정말 좋아. 친구 중에 유일하게 평범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애라고 다 쏘네. 당연히 그래야지. 돈이 좋아. 이렇게 회사 다니고 있는 친구가 너밖에 없어."

이 대답을 듣자마자 나도 술기운에 뭔가가 한껏 뒤틀리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친구의 대답 중 워드 몇 가지가 거슬리긴 거슬리는데, 왜 그날 그렇게까지 피가 거꾸로 솟을 것같이 욱한 기분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정말 싫었다.

".....야. 너네들 다 내려."

- "?????"

"아 다 내리라고!!"

길 한가운데 친구들을 버려두고 혼자 택시 타고 집에 갔다. 다음 날 아침, 내 행동이 술 때문이라기엔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어 사과를 하긴 했는데.. 어쩐지 다시 얼굴을 보고 싶진 않아 단톡창에서 드문드문 연락만 이어갔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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