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뻗을 자리 보고 뻗으면 도끼로 잘라줘야 한다 ①

by 정릉밈씨

요즘 회사 생활은 무섭다. 해가 갈수록 각박하다. 사회 초년생 때만 해도 동료 욕은 하더라도 가끔은 감싸고 보듬어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어딜 가나 살벌하다. 동료의 물어뜯을 곳이 보인다면 죽일 듯이 달려든다.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점점 살벌해지는 사회 분위기는, 경제가 나빠서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나만 먹고살기 힘들 수 없는 심리가 팽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그렇게 사회생활해서 얻는게 뭘까?


기본적으로 다 부질없다고 생각하는 허무주의인 나는(사실은 귀차니즘에 쩔어 있는) 왜 그렇게 기가 빨리는 회사 생활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같은 부서이기는 하나 엄연히 팀과 업무가 다름에도 다짜고짜 본인이 하던 업무를 중간에 들이밀던 사람이 있었다. 몇 번은 받아주었다. 그러자 점차 정도가 지나쳐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것을 전형적인 '발 뻗을 자리를 내어주자 더더욱 뻗는 행위'라고 표현한다. 기회를 봐서 당사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했다.

"저한테 말씀하시는 업무들, 저희 팀장님들 사이에 따로 업무 이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건가요? 제가 채용 지원할 때 공고를 통해 확인했던 업무와 다른 업무인 건 알고 계시나요? 제가 이 업무를 하겠다고 정식으로 논의하고 동의한 적이 있나요?"

뒷일은 뻔히 그려졌다. 내 태도를 문제 삼겠지. 그래서 후속 대응에 착수했다.

"저 ☆팀이 하는 업무하려고 입사한거 아닌데 결과적으로는 왜 제게 떨어지는 걸까요?"

몇몇 동료들에게 하소연인 척 말을 꺼냈다.

"그게 좀.. ☆팀에 어려운 일인가봐요."

바로 대답이 나오는 것을 보니 내가 할 업무가 아닌 업무를 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는 있었나 보다.

"몇 년 동안 하고 있었던 업무잖아요. 그런데 저를 보니까 업무능력이 뿅! 하고 마법처럼 사라져버린 거예요? 신기하네요.."

이런 말들을 흘린 이후 타 팀의 업무가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일은 많고, 인력은 부족하고, 여기저기서 야금야금 업무를 떠넘기게 되었는데, 이를 윗사람들도 알지만 넘치는 업무들을 어떻게 할 줄 몰라 못 본 척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던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건 나도 정말 몇 년 만에 보는 광경이었는데, 모두 수면시간을 없애야 할 정도로 업무가 터졌었다. 그렇다 해도, 다들 힘들다 해도, 나는 나니까 내 입장을 옹호할 수밖에 없는데, 나 새끼한테 그러는 건 아니지..

어느 정도 내가 타 팀 업무를 가져가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업무에 대해서는 서로 서로 정식으로 이야기하며 할당해 나가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위 에피소드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 중에서 대표적으로 기억이 나는 사례 중 하나다. 가만히 있으니까 막 행동하는 사람들 꽤~나 있었다. 그런 사람들 차암 귀엽다.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말도 모르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가 보다. 나는, 우리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내 모습인데.. 눈에 콩깍지가 씌여 결혼을 할 때에도 혹시 모르니 모든 결혼 준비과정과 비용을 엑셀과 PPT에 기록, 재산분할 소송 때 해당 파일을 그대로 제출한 사람이다. 발 뻗을 자리 보고 다리 뻗었다가 잘려도 아파하지 마라.



(이유는 다르지만) 다리 잘리고 아파하는 예시 ⓒMBC, 라디오스타


그런데 최근에 와서 느끼는 점이 정작 도끼를 휘둘러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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