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랑 식사를 하며 동생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 이모 역시 보조개가 예쁘게 들어간 예비 올케의 사진을 보고 귀엽다 하셨다.
이모는 내게 따로 말씀하셨다.
"너도 이제 그만 네가 휘두르기 좋은 남자 말고 든든한 남자 만나."
든든한 남자라.. 내 동생 같은 모습을 보이는 남자?
어쩌면 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는지도 모른다. 어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더라?
사귄 지 3주 정도 되었을까. 당시 남자 친구였던 전 남편 집에서 주말 데이트를 하고 있었을 때 누군가 문을 다급하게 두들겼다. 관리인 분인가 싶어 문을 열었는데 웬 여자아이가 신발을 신은 채로 집 안에 쳐들어 왔다.
"너 뭐야, 너 걸레야? 벌써 여자를 사귀어?!"
그 아이는 있는 대로 전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다가 자기 물건을 찾은 뒤 들고나가버렸다. 그때는 나랑 사귀기 직전 잠깐 만나다가 헤어진 아이라는 설명을 듣고 넘겼는데, 지금 모든 일을 겪고 다시 생각해 보니 내게 환승 연애를 한 것은 아닌가 싶다.
또 다른 단추.
우리는 우리가 가진 형편 안에서 우리 힘으로 서로 동등하게 결혼 비용을 부담하며 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예식장 비용을 지불할 때까지는 별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집이었다. 부담해야 하는 비용의 급이 달라지자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누나, 집값은 누나가 내면 안될까? 내가 나중에 살아가면서 꼭 갚을게."
제일 싫어하는 말이다. 내가 나중에..... 이런 말은 누구라도 당장 할 수 있는 말이잖아.
"이건 좀 아니지 않아?"
유일하게 단 한 명의 지인이 내게 말을 건넸다. 은연중에 주위에 내가 너무 성급한 결혼을 한다는 눈초리가 느껴졌던 무렵인데, 아무리 친구라도 타인의 인생인지라 쉽사리 바른말을 하지 않았던 때였다.
"일단 다시 한번 이야기 나눠 볼게요."
내가 전부 집값을 지불하는 것은 어렵다, 내키지 않는다 얘기하자 그제야 그는 본인의 몫을 지불했다. 나중에 소송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출처는 불명확하나 어디선가 빌려온 돈인듯했다.
너도 나만큼 무리했구나.
내가 막 본가로 돌아왔을 무렵, 공허함을 견딜 수 없어 아빠와 자주 술 한잔을 기울이곤 했다. 아빠도 이모와 비슷한 말씀을 하셨었다.
"난 네가 주는 사랑보단 받는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주는 사랑, 받는 사랑? 사랑이 원래 주고받는 거 아닌가? 무슨 말이지...
아마 내가 주기만 하는 사랑을 한다 생각해서 그리 말씀하셨으리라. 그런데, 딱히 받지도 않았지만, 그리 주지도 않았다.
모르겠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어도 끝까지 잘 먹고 잘 살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일이 없던 일이 되고, 잘 못 살면 갑자기 시작부터 글렀다고 말하는 것 같다.
무언가 나의 부족한 면까지 미주알고주알 기록하는 것 같아 이 편의 글들을 쓰는 게 상당히 괴로웠다. 그리고 이전의 내가 많이 미숙했던걸 인정한다. 비록 과거의 내가 결혼은 잘못했을지언정 언젠가 부디 홀로 잘 먹고 잘 살아 이혼녀로 사는 첫 단추를 잘 끼운, 이혼 잘 한 여자가 되어있기를 미래의 자신에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