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결혼 ②

by 정릉밈씨

동생의 여자친구의 인사를 받는 날, 이상한 아이라면 내 꼴 나기 전에 엄마보다 발 빠르게 내가 판 뒤집어 엎겠다는 각오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삼청동으로 향했다. 너무 각을 잡아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들에게 누가 보면 한국의 집 직원인 줄 알겠다는 핀잔도 들었다.

"저는 ♡♡이에요. 언니랑 이름 비슷하죠? 그리고 저도 언니랑 같은 학교 출신이에요."

과일 살구가 사람이라면 이런 느낌일까? 웃을 때 보조개가 귀엽게 들어가는 예쁜 아이가 나왔다. 직업 기자라 그런지 단어 선택도 어른의 눈높이에 맞춰 신중하게 신경 쓰는 게 느껴졌다. 판을 뒤집어 엎기는 커녕 단아한 모습에 치여버려 긴장되고 떨려서 밥을 잘 넘기기 어려웠다.


내 동생과 동생의 여자친구는 식사 내내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느껴졌고, 특히 내 동생의 경우 한 사람의 인생을 모든 것을 바쳐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보였다. 저런 자세가 내 동생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가치관이구나 싶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줄 각오로 마음을 주고 받는 것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이전 나와의 대화에서처럼 부와 명예 따위 관계없이 배우자의 변심에 미련 없이 관계를 깨고 정리하겠다는 말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런 자세를 가져 본 적이 있었나?


식사를 마치고 잠시 화장실에 간 동생을 대신하여 예비 올케가 될 여자친구에게 다가가 말을 붙였다.

"많이 떨리지 않았어요? 밥, 잘 안 넘어갔죠? 고생했어요."

조곤조곤 열심히 붙임성 있는 태도를 보였지만 사실은 중간중간 손을 떨고 있었고, 밥도 잘 못 먹는 모습을.. 나는 봤다!

- "아니에요. 언니, 최근에 새 일 시작하셨다 들었는데, 회사는 어디에 있어요? 저희 서로 직장이 가까운 것 같은데 괜찮으시면 따로 만나도 될까요?"

무리해서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어쩐지 예비 남편의 누나에게 잘 보이려는 모습이 예전의 내 모습과 겹쳐 보였다.




"어머니, 오늘 인사드리게 되어 너무 좋았어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단둘이 만나 뵙기도 하면 좋겠어요."

- "그러자꾸나."

그 뒤로 예비 시어머니는 빈번하게 연락을 취하셨다.

"얘, 단둘이 보자며. 언제 볼까?"

"얘, 나는 너네 결혼식이나 결혼식장 위치, 다 마음에 안 들어. 따로 돈을 주지 못해서 최대한 하객들 많이 모셔서 축의금 받아서 너희 다 주려고 그러는 거니까 엄마 말대로 다 바꾸면 안 될까?"

"이번에 할머니 생신이신데 인사 와. 식사 비용은 너희가 내는거고."

당시의 내게 있어 어머니의 잦은 연락도 스트레스였고, 연락 내용도 스트레스였다. 딱히 내가 고분고분 말을 잘 들어드리는 스타일도 아니면서 어머니의 잔소리가 심히 과하시다 생각했다. 한 번은 어머니 전화를 받다가 회사에서 40분이나 자리를 비워 당시 팀장님에게 집에 간 줄 알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예비 남편의 가족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초심을 빠르게 잃어갔다.


"저기.. 어머님 연락을 네가 받으면 안 되는 걸까? 연락도 연락인데, 우리가 따로 돈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 기회만 되면 줄 돈 없다고 강조하시는 것도 그렇고, 결혼식을 어머님 맘대로 하려는 것도 싫어."

전 남편은 내 말을 듣고 어머님과 크게 다퉜다. 그리고 나는 다시 너 때문에 내 아들이 생전 안 하던 반항을 하는 둥 변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유는 다양했겠지만 이 즈음부터 전 남편의 말수가 줄기 시작한 걸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헤어질 즈음 전 남편에게 나는 너를 위해 우리 엄마랑 싸우기까지 했는데 너는 그 마음도 몰라주고 계속 안하무인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생각했다니 정말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맘을 몰라준 게 맞을 것이고, 지금 생각해도 괴로운 기억이다.




"그래도 괜찮아요? 저는 안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요. 마음 편히 결혼 준비에 집중해요."

동생의 여자친구에게 무리한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부모님께(특히 우리 엄마에게) 애들 둘이 알아서 결혼 준비하게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저 내 동생과 딱 어울리는 선량한 살구 같은 아이가 곧 내 가족이 된다니 매우 가슴 뭉클하다. 돌아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불어오는 가벼운 바람이 적당히 얼굴을 간지럽혀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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