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의 동생이 결혼을 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꺼냈다.
나도 동생과 친한 사촌동생들을 통해 3개월 된 여자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을 뿐, 아예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우리 부모님은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경악을 했다. 내가 이혼한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고, 결혼 이야기를 꺼낸 연애 기간 시점과 전달 방식이 완전히 나 때와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직장동료였던 전 남편과 우연한 계기로 의기투합을 하게 되었고, 그날부터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고서는 떨어져 있는 법이 없었다. 외롭게 자란 전 남편은 빠르게 가정을 꾸리고 싶어 했었고, 나도 마침 이 정도 연령이면 그만 놀고 결혼과 함께 새로운 목표를 갖고 열심히 살아도 되겠다 생각하던 시점이었다.
우리는 연애 3개월만에 결혼을 결정하고, 우리가 그리는 결혼의 형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각자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기 전 대략적인 내용을 전했다. 기획자로서 우리의 웨딩을 1부터 10까지 직접 기획해보고 싶고, 양가의 도움은 받지 않겠다고.
여기서 우리 둘이 간과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서로가 택한 사람을 부모님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일은 유명 집안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다. 배우자 선택은 우리 선에서 끝난 일이라 반대를 할 경우에 대해서는 상상해 본 적도 없고, 실제로 그럴 분들이라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저 부모님들께 결혼 방식, 형태, 서로가 그리고 있는 미래를 전달하는 것에 치중했다.
"외국에 보내면서까지 공부를 시키셨던데 너희 부모님이 우리 집이 성에 차시겠니?"
- "그냥 1년짜리 어학연수인데요."
당시 예비 시어머니의 물음에 나는 무신경하게 답했다. 외국에 나가서 공부한 거랑 집안이랑 결혼이랑 무슨 상관이지?
"어렵고 힘들게 큰 것 같은데, 그 아이가 나온 출신 학교들을 묻고 싶다만 네가 싫어할 것 같아서 차마 묻지 못하겠다. 그저 한 가지, 너를 평생 먹여 살릴 능력은 있는 거지?"
우리 아빠는 점잖게 물으셨다.
- "어떠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고, 실제로 일할 때도 그래. 그리고 항상 꿈을 꾸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아. 또 나랑 같은 회사 동료잖아, 우리는 비슷한 환경과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별다를 게 없는 사람들인 거야."
예비 신랑과 따로 이야기를 나눈 엄마는 내게 아빠와는 전혀 다른 톤으로 이야기했다.
"일단 애가 나이도 그렇고.. 아직 너무 어린 것 같아. 그리고 집에 쌀이 없어서 며칠씩 굶곤 했다는 게 말이 돼?"
별의별 이야기를 다했네. 우리 엄마한테는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하면 안 되는데.. 별의별 이야기는 내 동생도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서 한 번에 다 했나 보다. 동생의 결혼 이야기를, 또 부모에게 상대에 대한 허락을 구하는 단계를 스킵한 결혼 통보로 인식한 우리 엄마는 내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너네는 어떻게 남매 둘이 똑같이 상대를 그렇게 골라버리는 거야? 연애 기간 3개월? 여자친구한테 흠뻑 빠져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태인가 본데 이것저것 다 따져본 건지 모르겠어."
아니다. 내 동생이 어린 여자친구를 홀린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엄마의 하소연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나는 너 결혼한다 할 때 바닥에 드러누우며 반대하지 못한 걸 후회해. 이번에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동시에 동생에게 딱 한마디의 카톡을 보냈다.
너 왜 나랑 같은 짓 하냐
내 동생은 나완 달리 머리 회전이 빠른 녀석이다. 내 카톡을 읽은 동생은 바로 가족 단톡창에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제가 결혼 얘기를 꺼낼 때.. 사실 부모님께 여자친구의 유무나 결혼 얘기를 하는 게 많이 쑥스러웠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통보로 느끼게끔 잘못 설명을 했는지도 몰라요. 저는 이번 기회에 결혼을 생각하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소개하면서 우리 가족이 되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아닌지 아빠, 엄마, 누나에게 의견을 구하고 싶어요. 만나기도 전에 그 사람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보다는, 일단 만나고 이야기해 주세요.」
뻥이다. 그저 상황을 스무스하게 넘어가기 위한.
내가 아는 한 내 동생 또한 자신이 결정한 일에 대해 한 고집한다. 만약에 자신이 고른 상대방에 대해 가족들의 반대가 있다면 어떤 전략으로 나름의 창과 방패를 들고 나올지 모르는 무서운 녀석이다. 그런 점이 내가 역으로 동생을 신뢰하는 이유이다. 이런 동생의 똘똘한 성격을 나도 내 나름대로 부모님께 어필을 했고, 어찌어찌 상황이 진정되어 그렇게 우리 가족은 동생의 여자친구에게 인사를 받는 자리를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