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은 진흙탕 싸움이 맞았다

by 정릉밈씨

이러다가 백년해로하는 거 아니야..?


이혼소송에 돌입한 지 1년을 훨씬 넘겨버렸다. 남편은 이혼 사유와는 거리가 먼, 나에 대한 비방에 가까운 주장들을 새롭게 늘어놓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가 않았다. 거짓 주장을 한 사람이 스스로 그 근거를 제시해야지 왜 음해를 당한 사람이 직접 나서야만 하는 것일까?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기정 사실화되고 만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비방들을 적어 본다.


✔ 내가 주부로서 상상할 수 없는 사치 행각을 벌였다.

'주부로서 상상할 수 없는'이라는 문구는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린 것으로 처음 이 문구를 읽었을 때 눈을 의심했다. 내가 주부라고만 규정되기엔 우리는 맞벌이였다. 게다가 주부가 뭐라고 따로 행동양식이라도 정해져 있는 것일까? 민망하게도 내가 애용했다고 예로 거론된 숍 구매 내역에는 의류는 물론 밀키트, 식재료 등이 있었다. 그가 법원에 착용하고 온 착장품들까지.


✔ 내가 그의 월급을 전부 빼앗아 생활에 지장이 컸다.

우리는 매월 서로 월급의 일정 금액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계좌에 보내고 남은 월급은 각자 관리했다. 그가 생활에 지장이 있었던 것은 제3자 그녀와의 만남을 위해 본인 스스로 남은 월급을 탕진했기 때문이지 내 탓이 아니다. 심지어 공동 사용 계좌에 입금하기로 한 금액에서 상당 금액이 빠진 적도 있었는데 해당 금액은 그대로 제3자 그녀에게 송금되어 있었다.


✔ A양의 신상을 폭로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평소 명예로운 사람만 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시라도 명예 훼손한다고 할까 봐 오히려 그러지 않았다. 이건 마침 회사에서 승진했다는 그녀의 최신 근황을 문서로 제출하고 말았다. 오히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얼마 전 직장을 잃어 생계가 위태로워진 나였다.


당시에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비방들에 화가 많이 났는데 지금 다시 써 놓고 보니 우습다. 거짓말을 하고자 하면 아무 말 대잔치가 되어 버리는 것은 국룰인 것 같다. 소송이혼이 스트레스가 심한 이유 중 하나는 배우자의 거짓말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사람의 거짓말도 실망스러울 때가 있는데, 하물며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거짓말은 더욱 추악하게 다가온다. 한 개인의 가정과 관련된 사실 여부를 따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변호사가 모든 사실을 속속들이 알고 커버해 주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사실 여부를 밝힐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데, 결국 이것이 진흙탕 싸움인 것이다. 애초에 부부 사이에 거짓이 없었다면 소송 없이 진즉 협의이혼으로 끝났다.


안 해도 되는 싸움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래도 최종 판결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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