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인가 브런치를 통해 35살씩이나 되어서 어린 시절 친구들과 절교하게 되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당시 심정으로는 나잇값도 못하고 철부지처럼 구는 친구들에게 질려 잠시 시간을 갖는 것으로 생각했다만 그게 결국은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친구들 중 한 명이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작년 이 맘 때 즈음 독도에 가보겠다고 한창 바다 위에서 뱃멀미에 시달리고 있을 때였다. 그 험난한 파도 위에서도 통신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지 부고 메시지가 하나 날아들었다.
□□ (36세) 님이 ◇◇요양병원에서 별세하였습니다.
별세라는 단어와는 매우 어울리지 않는 나이 만 36세. 그것도 요양병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바다 위에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던 것 같다.
서울에 가면 장지로 떠나기 전에는 시간 맞출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런데 그것보다 나 살아가는데 방해된다고 외면해 버렸던 친구를 이제 와서 찾아갈 면목이 있을까? 과연 내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 조용히 조의금만 부칠까?..... 울릉도에 돌아가서도, 서울에 돌아오는 길에서도, 아무리 고민을 해도 선뜻 답이 내려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덩달아 거리를 두었던 다른 친구들에게서 하나 둘 메시지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아마 내게 부고소식이 전해지지 않았을까 싶어 한 연락이었으리라..... 싶었지만 빈도가 심상치 않았다.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으니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내가 친구들과 거리를 두던 시점에서의 감정이 되살아났다. 분명 이 아이들은 친구이니까, 우정을 지켜야 하니까라는 말로 장례식장에 와서 얼굴을 비춰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하기 위함이었다. 유족 측 연락도 계속되었다. 이틀 내내 가장 거슬렸던 문장을 반복하며.
"그놈의 별세, 별세 도대체 나이에 맞지도 않는 단어를 몇 번을 이야기하는 거야!!"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소리를 꽥 내질렀다. 결국 나는 장례식장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부조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고, 얼마 전 나는 당시 내게 연락을 시도하던 친구들 중 한 명에게 다시 메시지를 받았다. 여전히 답을 하지 않자 같은 장소에서 함께 있었는지 또 다른 친구에게서 다른 메시지를 받았다.
친구야
친구야? 친구 좋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연락을 원하지 않는데 계속 연락을 시도하는 게 진짜 친구 맞나? 친구랍시고, 우정이랍시고 함께하자 하는 것들이 내게는 강요로 느껴진다. 서로 가치관이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고 나를 좀 내버려 둬 줄 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모종의 이유로 결국 장례식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난 내 친구를 언제나 마음속으로 추모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평안하길.. 고통이 없길. 이런 내가 무지하고 안타까워 '진짜 추모'를 알려주기 위해 연락을 지속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는 친구 차단 버튼을 꾸욱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