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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맘에 안 들어, 다 싫어

저는 꼬인 인간일까요?

by 정릉밈씨

버스를 타고 창 밖으로 거리 풍경이나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좋은 나는 요즈음 창 밖으로 못 볼 걸 많이 본다. 길거리에 침을 뱉거나 코를 푸는 사람들이 그것이다. 한 번은 길거리에 휴지 없이 코를 푸는 할머니가 있었다. 뒤따라 가던 외국인 관광객 커플이 내게 눈을 맞추며 이게 무슨 상황이냐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왜 손수건 사용도 없이 길에서 저러시는지.


그런데 사실 버스 안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로수를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다가 갑자기 여기가 공중목욕탕이었나? 이세계전생을 한 착각에 빠진다. 머리를 감고 안 말린 채 타는 사람, 앞머리 구르프를 한 채 타는 사람, 공공장소에서 화장을 하는 사람. 잠깐 눈곱을 떼거나 립을 고쳐 바르거나 하는 정도가 아니라 분장을 한다. 쿠션을 톡톡 바르면서 옆사람을 팔꿈치로 계속 치고 독한 화장품 냄새를 풍긴다. 참지 못하고 말했다.

"저기요, (파운데이션) 냄새나요."


유서 깊은 커뮤니티 'ㅍ'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톡톡!] 대중교통 안에서 화장하는 게 잘못된 것인가요?

· 나는 그러진 않지만 별로 상관없음

·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 남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네? 남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닌..... 저기요, 제 눈이 찌푸려지고, 코가 썩어요. 버스 안에 탔으면 얌전히 앉아 있을 것이지 화장한답시고 왜 몸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나요? 저 좀 치지 마세요!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그냥 샤워 가운 입고 타서 등교 전, 출근 전까지 옷도 코디하고, 눈썹털도 정리하고, 코털, 인중털, 겨드랑이털 다 정리하지 그러세요? 그렇게 외모 단장에 바지런한 분이시라면 그냥 10분 일찍 준비하지 그러세요!!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외모에만 치중할 뿐 자기 자신의 행동거지에는 관대하다.

버스를 탔으면 빠르게 뒷사람을 위해서 공간을 내줄 것이지 자리 고르느라고 입구를 막는 사람(심지어 지하철 탈 때에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바로 앞의 지하철을 눈앞에서 놓친 적도 있다..!), 다인석 복도석에 앉아서 창가석에 앉으려는 사람에게 일어서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자신의 다리조차 거두지 않는 사람, 자리가 남아도는데 굳이 굳이 옆에 와서 앉는 사람.... 전부 다 맘에 들지 않는다.



그냥 너의 성격이 꼬인 것뿐이잖아요



예. 그럴 수도 있고, 혹은 가치관이 남다른 것일 수도 있겠지요. 맞습니다. 세상 사람들을 다 내 입맛에 맞게 주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한 번 보고 말 사람들한테 일일이 공공장소에서 특정 행동을 하지 말아 달라고 하고 다니는 것도 입만 아플 것이고, 나만 눈 감으면 될 일인데, 그런데 눈을 안 뜨고 다닐 수는 없고, 또 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고.....


겸사겸사 자가용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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