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 거액의 멤버쉽을 결제한 이유

by 미드나잇 로그

얼마 전 브런치에 비장한 선언을 남겼다. "나만의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그로부터 2주가 지났다. 부끄럽게도 세상에 내놓을 결과물은 여전히 '0'이다.


사실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습관처럼 노션 노트를 켰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기획안들을 적어 내려갔고, 그중 하나는 코드를 짜며 실제 개발 단계까지 밟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모니터 속 코드를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싸한 느낌이 스쳤다.


'이거 만들어서 돈은 좀 벌릴지도 몰라. 그런데... 재미가 없어.'


나는 내가 설레야 움직이는 사람이다. 단순히 통장에 찍힐 숫자가 조금 늘어나는 것만으로는 퇴근 후의 피로를 이겨낼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결과가 처참하더라도 다시 뜯어고칠 힘이 생길 텐데, 정작 '무엇을 만들 때 내가 즐거운지'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커서는 제자리에서 깜빡이기만 했다.


그러다 우연히 한 멤버십 클럽을 알게 되었다. 자신만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메이커'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연간 회원권 금액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직장인에게 결코 만만한 액수가 아니었다. 선착순 마감이라는 압박 속에 나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이 돈이면 여행을 한 번 더 가는데... 괜히 돈만 날리는 거 아닐까?'


수십 번의 망설임 끝에 결제 버튼을 누르게 만든 건, 역설적이게도 그 '비싼 가격'과 '내 아이'였다. '자신 있으니까 이 가격을 걸었겠지'라는 믿음. 그리고 내 주머니에서 큰돈이 나가야 본전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 악물고 할 것이라는 나 자신에 대한 배수진. 무엇보다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아이가 더 컸을 때는 정말로 내 시간을 내기 어려울 거라는 위기감이 등을 떠밀었다. 결제는 5시간 만에 마감됐다. 다행히 나는 그 막차에 탔다.


그리고 오늘, 약 30명의 동기들과 온라인으로 첫 인사를 나눴다. 화면 속에 바둑판처럼 배열된 얼굴들을 보며 나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사업가, 유튜버, 강사, 그리고 나 같은 개발자까지 직업은 다양했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약속이나 한 듯 똑같았다.


"이제 '바이브 코딩'의 시대잖아요. 누구나 자기 서비스를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어요."


회사에서는 아무도 해주지 않던 이야기, 혼자 삭히던 고민을 똑같이 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가슴이 뛰었다. '아, 나만 유난 떠는 게 아니었구나.' 특히 화면 너머 이미 자신만의 서비스를 런칭해 월급 외 수익을 내고 있다는 개발자분들의 이야기는 자극이 되었다.


비싼 수업료는 이미 지불됐다. 이제 남은 건 1년 뒤의 내 모습이다. 단순히 돈을 버는 서비스가 아니라 만드는 과정조차 설레는 '나의 일'을 찾을 수 있을까? 이곳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딪히며,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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