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개발자의 야심 찬 '딴짓' 도전기

개발자의 '나를 지키는' 사이드 프로젝트 도전기

by 미드나잇 로그

우리 가족 마음 편히 뻗고 잘 집 한 채. 그 소박하고도 거대한 꿈을 꾸기에 월급이라는 담요는 조금 짧습니다. 'AI 엔지니어'라는 그럴싸한 직함을 달고 있지만, 현실은 매달 들어오는 월급에 안도하면서 또 고민하는 평범한 가장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내 제품을 만들자." 그렇게 비장하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기술이 아니라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아이디어의 늪

시작은 패기 넘쳤습니다. 노션(Notion)을 켜두고 한 달 넘게 아이디어만 수집했습니다. 자다가도 번뜩이면 비몽사몽 간에 휴대폰을 켜서 메모했죠. '이건 무조건 대박이다' 싶어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맨 정신으로 본 메모장은 처참했습니다. 수십 가지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지만, 정작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건 없더군요. 대학생 때는 엉뚱한 상상력이 넘쳤던 것 같은데, 회사 밥을 먹으며 내 머리도 굳어버린 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났습니다.


아이디어 보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체력'이었습니다. "올해는 무조건 론칭한다!"라고 연초에 다짐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2월 중순. 퇴근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실행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건 '유니콘'이 아니었다

몇 주간의 고민 끝에 저는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지금 멈춰있는 건 '시작할 에너지'가 바닥났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방향을 틀었습니다. 세상을 놀라게 할 거창한 서비스가 아니라, 당장 '오늘 저녁의 나'를 실행할 수 있게 만드는 서비스를 만들기로요.


서비스의 이름은 <After Work>입니다. 단순히 '일과 후'라는 시간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직장인으로서의 자아를 벗어던지고 온전히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저만의 리추얼(Ritual)입니다.


의지 대신 시스템을 믿기로 했다

작동 원리는 단순합니다. 뇌과학에서는 딱 '20분'만 집중하면, 그 뒤로는 관성이 생겨서 계속하게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20분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의지'를 믿는 대신, '돈을 잃기 싫어하는 본능'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만들 앱의 사용방법은 간단합니다.


- 공개 선언 : 퇴근 후 나를 위한 루틴(코딩, 글쓰기 등)을 공개적으로 약속합니다.

- 환경 세팅 : 책상, 헬스장 등 내가 루틴을 실행할 장소의 '기준 사진'을 등록합니다.

- 몰입 시작 : 루틴을 시작할 때, 기준 사진과 동일한 구도를 인증하면 20분 집중 타이머가 작동합니다.

- 확실한 동기부여 : 월 5회 이상 인증 실패 시 보증금이 차감됩니다. 꾸준히 완주하면 다음 달은 무료입니다.


사람은 만 원을 버는 기쁨보다 만 원을 잃는 고통을 더 크게 느낍니다. 가벼운 다짐에는 무게가 실리지 않기에 저는 스스로를 믿는 대신 이 단순하면서 확실한 '시스템'을 믿기로 했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완주

아직 개발 중이지만, 바로 오늘 랜딩 페이지를 먼저 오픈했습니다. 화면에 뜬 제 서비스의 로고를 보는 순간 기뻤습니다.


"그래, 이거다. 적어도 한 명의 열성 유저는 확보한 셈이다. 바로 나."


이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앱 출시까지 완주해 볼 생각입니다. 설령 대박이 나지 않더라도 이 과정을 통해 저는 '회사원'에서 '메이커'로 한 뼘 더 성장할 테니까요. 퇴근 후, 흐릿해지는 눈을 비비며 또 다른 꿈을 꾸고 계신 모든 분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저녁 책상 앞에 앉기 힘겨울 저 자신을 위해 이 페이지를 공유합니다.


혹시 저와 함께 '퇴근 후의 나'를 되찾는 여정에 동참하고 싶으신가요? 응원의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따끈따끈한 저의 도전 기록, After Work)

https://afterwork-kr.vercel.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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