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조각을 모아도 온전한 내가 아닌 #6

by 시sy

"잘 모르겠어."

"모르다니. 이혼하는 사람이 이혼하는 이유를 모른다고? 그게 말이 돼?"

"처음에는 당연히 이혼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어."

"또 답답한 소리한다. 말하기 싫어서 그래? 말하기 싫으면 하지마. (바텐더에게) 여기 초콜렛 좀 더 주세요. 갑자기 단게 확 당기네."

시영이 입을 꾹 다물자 영호는 서비스로 나온 초콜릿을 한 움큼 쥐고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스키병에서 술을 따라 물처럼 꿀꺽꿀꺽 마셨다.

"아, 써. 초콜릿 먹고 마시면 좀 달까 했더니. 그냥 달달한 칵테일이나 마실까? 시켜도 되지? (바텐더에게) 여기요!"

바텐더가 오기 전에 시영이 말했다.

"너도 대충 알잖아."

"내가 뭘?"

"내가 전에 말했잖아."

"전에 뭘 말했는데? 우리가 이야기한 게 한 두개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결혼한 이유."

"그야 그 여자 집안에서는 유통 플랫폼이 필요하고, 너네 집은 투자가 필요해서 결혼했다는 거? 그거야 신문에도 난 거 잖아."

"그거 말고. 약속 있잖아."

"무슨 약속? 너 나한테 말고 다른 사람한테 말한 거 아니야?"

"내가 이런 거 말할 사람이 누가 있어?"

"없지. 그럼 꿈꿨나보지. 여튼 나는 전혀 몰라. 아니면 내가 취했을 때 말했거나."

"결혼 조건이 있었는데."

"결혼 조건? 그런거 진짜 처음 들어. 그렇게 중요한 걸 내가 까먹었으리가 없잖아."

"결혼하면 학교 그만 다니고 회사에 들어가서 일 배우기로 했거든."

"니가? 왜?"

"그쪽 집에서 내가 경영에 참여해야 결혼 시키겠다고 해서."

"햐, 정략결혼이라고 하지만 별거 다 한다. 설마 계약서도 있어?"

"결혼 계약서에 적지는 않았어."

"진짜 결혼 계약서를 썼다고? 난 드라마에나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러기로 약속했어"

"회사 들어가기로?"

"응."

"헐. 진짜 몰랐다. 그런데 너 회사 가는 거 끔찍하게 생각했잖아. 경영 같은 거 싫다고. 그런데 어떻게 그런 약속을 했어?"

"조교수 임용이 안 되니까. 난 뭘 해도 안 되는 건가 싶어서."

"뭘 해도 안 되는데 기업 경영은 되고?"

"그건 망쳐도 상관없으니까."

"망치다니 미쳤어? 너네 집이 재벌은 아니라도 100대 기업에는 들어가는데 그게 얼마짜리인데 망쳐?"

"상관없어."

"이게 이게 굶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야, 엄밀히 그 회사가 다 너네 집 꺼냐? 주주들이 있고 직원이 있고, 그 회사 잘못되면 같이 망할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그걸 그렇게 무책임하게.. 이거나 마셔!"

영호가 시영의 잔에 위스키를 절반 쯤 채워 앞으로 밀었다.

"왜?"

"벌주야. 그리고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마. 진짜 벌 받는다."

시영은 잠깐 생각하다가 주는 대로 위스키를 다 마셨다. 그러나 초콜렛은 먹지 않았다. 물도 마시지 않고 그대로 입안의 쓴 맛을 느꼈다.

"넌 말이야.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지만 제일 나쁜 게.."

"??"

"가진 것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거야."

"내가?"

"그래."

"내가 뭘 가졌는데?"

"진짜 몰라서 물어?"

"우리 집안? 그건 내거 아닌데."

"니 것도 있잖아. 주식도 있고. 네 명의의 건물도 있고. 니 건물에 내 책방도 있는데 잊은 건 아니지?"

"알고 있어."

"말 나온 김에 월세 말이야. 너도 알다시피 요즘 책이 너무 안 팔려서 그런데 연말까지만 미뤄 줄 수 있어? 사람들이 북카페도 아닌데 책은 사지도 않으면서 신간 뒤적거리다가 서비스 쿠키와 음료만 먹고 그냥 나간다. 그러면 안 쪽팔리나? 인간적으로 안 살 거면 쿠키는 안 먹어야지. 그리고 예의가 없어. 인터넷으로 살거면 나가서 하든가, 뻔히 보는데서."

시영이 영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설마 월세 미뤄달라는 것을 거절하지는 않겠지? 그럴 리 없다. 자기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는 자식이 그깟 월세 몇푼이나 한다고. 그런데 왜 이렇게 보는 거지? 내가 실수한 게 있나?

"네 말이 맞아. 집에 돈이 있으니까 공부도 한 거지. 잘 안됐지만. 또 그러니까 그런 약속을 한 거고."

영호는 안심했다.

"알면 됐어. 회사 들어가기로 약속했고 결혼했고 그런데 뭐가 문제야?"

"출근을 못 했어."


#7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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