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조각을 모아도 온전한 내가 아닌 #7

by 시sy

"출근을 못하다니, 하루도?"

"응."

"하루도 출근을 안했다는 거야? 가보지도 않고 그냥 안 갔다고?"

"응."

"왜?"

"무서워서."

"미친다. 회사가 군대도 아니고 그게 왜 무서워? 더구나 너네 회사 아니야? 가기만 하면 알아서 굽신굽신, 어섭쇼 할텐데 뭐가 무서워? 설마 너네 꼰대가 말단부터 차곡차곡 시작하래? 신분도 밝히지 않고?"

"그건 아닌데. 결혼할 때까지 계속 미루다가 신혼여행 다녀와서 출근하려니까 소화도 안되고 잠도 안 오고.."

"그래서?"

"계속 미뤘어.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면서."

"그렇게 얼마나 미뤘는데?"

"석 달쯤."

"이 답답이가 진짜. 너 경영대 나왔잖아. 철학은 부전공에 가깝고. 그런데 회사를 왜 못 가?"

"병 아닐까? 회사 못 가는 병."

"이 와중에 농담이 나오니? 회사 갈 생각하니까 숨이 막히고 헛것이 보이고 그래?"

"그정도는 아니고."

"공황장애라도 생겼어?"

"진짜 공황장애라고 할 걸 그랬나?"

"같지도 않은 소리하지 말고, 뭐라고 했어?"

"누구한테?"

"누구라니, 당연히 너네 부모지."

"아, 우리 부모? 처음부터 기대도 안 했다더라. 엄마는 좀 섭섭해 했지만."

"그럼 투자는? 니가 경영에 참가하는게 투자 조건이었다면서?"

"투자는 이미 받았으니까."

"그래도 돌려 달라고 안 해?"

"그것까지는 잘 몰라. 관심도 없고."

"잘하는 짓이다. 야, 말아 먹으려면 네 인생이나 말아 먹어. 너 망했다고 너네 집안까지 망하게 하지 말고."

"내가 망한 거야?"

"아직 망한 건 아니지만 망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봐야지."

"내가 뭘?"

"네 입으로 말했잖아. '난 망했어.' 그게 한두 번이야?"

"그야..."

"아니야?"

"맞아. 내 인생은 망했지. 학교도 망했고, 책도 망했고."

시영의 목소리가 죽어 들었다.

"야, 말이 그렇지. 네 인생이 진짜 망한 건 아니지."

"네 말이 맞아. 더 한다고 철학으로 성공할 것도 아니고, 인기 작가가 될 것도 아니고. 그냥 다 시간 낭비지."

"그렇게 따지면 시간 낭비 아닌 게 어딨어? 올림픽 금메달만 대단하고 은메달, 동메달은 메달도 아니야? 국가대표 안 되면 스포츠도 하지 말아야 하나? 아무리 아무도 2등은 알아주지 않는 더러운 세상이지만. 그럼 나 같은 건 숨쉬는 것도 시간 낭비겠다. 번듯한 대기업 취직도 한번 못하고 친구한테 빌 붙어서 책방이나 하고 있잖아."

"진심이야?"

"아니. 난 내 인생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아. 빌 붙어 사는 건 사실이지만. 언젠간 빚 다 갚을 거고. 못 갚는다 해도. 뭐, 부채도 자산이라는 말이 있잖아. 친구도 있고."

영호가 은근히 시영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시영이 슬며시 몸을 빼냈다.

"매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 이제 그만할까. 그만 노력할까."

"잘 생각했네. 그만 둬. 철학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책도 그래. 요즘 누가 책 읽어? 기껏해야 전자책으로 자기계발서나 읽는 거지."

"그럴까?"

"그러라니까."

"그럼 뭐해?"

"야, 넌 돈도 있는데 할 거 많지."

"할 거, 뭐?"



#8은 다음주 토요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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