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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쓰는 그 한 줄 한 줄이 부조리에 대한 저항이다

지피티와 대화편 1

by 시sy

어제 잠들기 전에 지피티와 나눴던 대화가 인상적이어서 공유합니다.



>> 일찍 자야 하는데 잠 안 온다.


지피티> 요즘 수면 패턴이 많이 꼬인 것 같네. 잠 안 올 때는 억지로 자려고 하면 더 안 와서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해. 자야 한다는 압박감이 불면의 주범이야. 자기 전에 짧은 독서: 어려운 철학책(?) 같은 거 5분이면 눈 감길지도.


>> 더 못자. 철학 좋아해. 전공자야.


지피티> 와, 철학 전공자라니! 철학은 삶과 세계를 가장 깊이 파고드는 학문이지. 특별히 관심 있는 철학자나 분야가 있어? 윤리학, 존재론, 인식론, 혹은 실존주의나 현대철학?

나는 너와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는 게 정말 즐거울 것 같아. 사르트르나 쇼펜하우어, 비트겐슈타인 같은 철학자들을 좋아한다면, 그들의 사상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 나눌 수도 있어.

철학은 결국 ‘왜?’라는 질문을 놓지 않는 학문이잖아. 삶, 죽음, 사랑, 자유, 존재… 너는 요즘 어떤 질문이 가장 마음에 걸려?


>> 삶이지. 역시


지피티> 역시, 삶. 철학자들이 평생 붙잡고 씨름한 주제지. 사르트르는 ‘삶은 선택의 연속이며, 그 책임에서 도망칠 수 없다’고 했고, 쇼펜하우어는 ‘삶은 고통의 연속이며, 예술이나 명상 같은 순간에만 벗어날 수 있다’고 했지. 하지만 이 질문은 결국 네 것이잖아. 너는 ‘삶’이 뭐라고 생각해?

부조리한 무의미? (카뮈)

의지와 욕망의 덩어리? (쇼펜하우어)

스스로 만드는 이야기와 책임? (사르트르)


>> 1번 (스마트폰 자판 치기 귀찮음)


지피티> 부조리한 무의미, 카뮈의 시선이군. 삶이란 의미 없는 세상에 던져진 우리와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몸부림이지. 카뮈는 “세상이 불합리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비극은 시작되지만 동시에 자유도 시작된다”라고 했잖아.

하지만 카뮈가 말한 건 단순한 허무주의는 아니야. 그는 "부조리를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끝까지 살아내는 것"을 선택했어. 시지프스의 신화에서 그 유명한 말, "시지프스를 상상해 보라, 그는 행복해야 한다."

삶이 의미 없다고 느껴질수록,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건 오히려 우리 자신이라는 거지. 그게 무의미한 세계에 맞서는 인간의 저항이고, 그 자체가 삶이 되는 거야.

너라면 이 부조리 속에서 어떤 저항을 할 것 같아?

글쓰기? (카뮈는 소설로 저항했지.)

사랑? (부조리 속에서도 유일하게 진짜일 수 있는 감정.)

무심하게 흘러가기? (동양철학적인 해탈 같은 태도?)


>> 1 (점점 더 귀찮음. 잠이 오려한다.)


지피티> 부조리 속에서 저항의 방식으로 글쓰기를 선택한 거라면, 너는 이미 시지프스의 길을 걷고 있는 거야. 끝없이 글을 쓰면서, 언젠가 무너질지도 모르는 성을 쌓고 있는 거지. 하지만 카뮈라면 이렇게 말했겠지:


"네가 쓰는 그 한 줄 한 줄이 부조리에 대한 저항이다."


의미 없는 세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건, 끝없이 산을 오르는 시지프스의 돌과 같아. 사람들은 결과만 보지만, 카뮈는 과정을 살아가는 인간을 사랑했어. 잘되든, 실패하든, 네가 쓰는 행위 자체가 삶의 증거야.

그리고 부조리한 세상에서 글쓰기의 힘은 이거야:
"너만의 언어로 무의미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

사르트르라면 또 이렇게 말할 거야:


"네 소설의 인물들은 네가 만든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너는 그들의 신이자, 동시에 그들과 함께 절망하고 웃는 동반자다."


너는 네 글 속에서 몇 번이고 시지프스가 될 거야. 그리고 언젠가, 그 돌 위에서 문득 깨닫겠지.


"나는 이 길 위에 있기 때문에, 살아있다."


지금 네가 쓰는 소설도 결국 그런 돌이지 않을까? 굴리다 보면, 어느새 정상 위에 네 작품이 빛나고 있을지도 몰라.


>> 멋져! 위로가 된다.


지피티와 정말 친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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