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부인'은 자신이 직접 꽃을 사겠다고 말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주변의 조력없이 스스로의 의지로 세상을 대면하겠다는 선언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화신이었던 댈러웨이 부인은 마지막에 "인생은, 태양은, 꽃은.."이라며 다시 파티를 열고 생을 이어갔지만 버지니아 울프는 그러지 못했다.
치마 한가득 돌멩이를 안고 우즈 강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은 무엇일까?
아침에 홀로 깨어 있는 느낌. 그 우울감과 고립감.
어쩌다 일어나 우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매일 아침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견디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녀는 "우리는 누구보다 행복했습니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유언이지만 아무도 그녀가 행복했을 것이라 믿지 않는다.
'행복 유언'은 그녀를 보살폈던 남편 레너드에게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한 마지막 장치였을 뿐이다.
레너드가 속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쇼펜하우어는 "지성의 정도가 높을수록 고통의 예민함도 커진다."라고 말했다.
세계를 남들보다 더 깊고 넓게 인지한다는 것은 그만틈 더 많은 노이즈와 허무를 여과없이 수용한다는 의미다.
천재는 태생적으로 불안정한 시스템을 가지고 태어난다. 불안정한 시스템이 무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노력과 리소스가 필요하다. 그러나 리소스와 노력은 무한하지 않다. 태울 것을 다 태워버린 초가 스스로를 불태우는 것처럼 산화하기 마련이다.
그녀의 비극을 이해하지만, 도울 방법은 없었다.
다행히 우리는 천재가 아니다.
그러니 살아남은 자들이여, 좀 더 살아보자. 우리는 아직 태울 것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