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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Aug 25. 2022

일주일간의 금주

일주일간 금주를 해보기로 했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금주에 들어간다.

술은 의지력이 약한 사람들이 의존하게 되는 습관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수년 전인데… 그런 내가  지난 3년간은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정확히는 마신 날이 안 마신 날보다 많다. 술을 잔뜩 마시고 난 다음날 이면 머리가 무겁고 둔해져서 별것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났고, 피곤함이 늦은 오후까지 이어졌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의 생활이 술에 먹힌 느낌이었다.

그런 자각을 하면서도 늦은 저녁, 또는 한낮에 마시는 맥주 몇 잔과 와인 몇 잔은 도저히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 되었다. 고단했던 하루의  피곤함을 가시게 해주는 매력이 술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나는 매일 술을 마시던  사람에게 화가 났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와 함께 보내기 때문에  좋은 컨디션과 나쁜 기분만을 내게 뿜어 었다.

밖에 나가 술을 마시며 좋아지는 기분과 여유로운 마음은 내게는 보여주지 않았다.

그게 사실 결혼생활이라는 걸 생각해 본다. 술을 마시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만을 나와 공유하던 사람이 결혼생활로 들어오면 좋았던 모습 대신 안 좋은 기분만을 공유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여가를 함께 나누지 않았던 나는 그런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그의 좋은 모습을 보는 기회가 없어지니 늘 예민하고 피곤하고 지친 모습만 내게 기억되었던 것이다. 사람은 겪지 않은 일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거의 매일 술을 마시며 일을 하다 보니 그때의 그 사람이 어떤 상황이었을지 가늠이 좀 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예민함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작지만 큰 첫발을 내디뎌 보려고 일주일간 금주를 시작한 것이다.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정돈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지난주 내내 고되었다고 생각한 나날들이 사실은 내가 컨트롤하지 못한 내 컨디션 문제였 다고 인식하면서 변화가 시작된다.

  

술을 마시지 않고 식이요법을 하고, 운동을 매일 하던 내 몸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내 머릿속에 얼마나 편안했는지를 떠올려 봤다. 하기는 싫지만 해내면 좋은 습관들은 생활을 변화시킨다.

술을 마셔야 지만 터져 나오던 즐거움도 낮동안 내내 누릴 수 있다. 에너지가 넘치는 듯한 자신감도 그때에 내게는 있었다. 과하게 술을 마셨던 지난여름을 반성하면서 이번 주 나의 금주가 성공한다면 술을 마시지 않고도 행복한 그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또 그다음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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