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드나잍호텔 Aug 26. 2022

빛을 잃은 나에게

마흔두 살의 이너뷰티



마흔두 살이 되었다.

아침저녁으로 거울을 보면 생기가 없는 여자의 얼굴이 비춰진다. 쨍한 색감의 빨간 립스틱을 꾹꾹 눌러 바르지 않으면 아픈 사람 같아 보이기도 한다.


수년 전 먼저 마흔 살이 된 언니가 더 이상 예전에 입었던 옷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전신 거울 앞에서 펑펑 울었다는 얘기를 듣고 그럴 수 있구나… 하고 말았는데 내가 그 마흔 줄이 되었다.

아이 둘을 낳아 기르고 쪘던 살을 빼고 나니 가슴도 축 쳐졌다. 얼굴과 몸 곳곳에 세월에 흔적이 이렇게 많이 느껴졌던 때가 있었나 싶게 노화는 기습적으로 한 번에 몰아서 나를 정복했다.

사십 대의 나도 젊다고 오십이 되면 여자는 너무나 많은 변화에 힘들다고 무엇보다 건강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고 먼저 오십을 지나 온 언니들이 얘기해줬다.

최근 들어 부쩍 노화와 늙어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사십은 그런 나이인 것 같다.

예전에는 무턱대고 나는 나이 들어 가는 게 좋아, 여유로운 마음이 된 지금이 좋아라고 말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건 마흔 살도 안 돼 본 젊은이의 호기로운 발언이었던 모양이다.





유통기한이 있는 육체를 갖고 과용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안 좋은 습관으로 얼룩진 요 근래 생활도 되돌려 본다. 몇 달 전부터는 밤에 자려고 드러누워 스마트 폰으로 피부 노화를 늦추거나 좀 더 예뻐 보이는 시술들을 검색해 보기도 했는데 사실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는 삶이 그 어떤 시술들과 주사들 보다 더 좋다는 것을 알기에 검색을 멈추었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오십이 넘은 언니가 주기적인 시술로 약간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게 된 걸 본 이후로 그건 내 갈길이 아니라는 반면교사를 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언뜻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너무 칙칙하다.

체력적으로 힘든 여름을 보낸 탓도 있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무너지는 외모 비수기를 맞이해서 이기도 하지만 생기를 잃은 눈빛과 피부가 가장 큰 이유이다.

무엇을 더 하는 것보다 무엇을 더 안하는 게 어려운 일인데 우리는 자꾸 무엇을 더 해서 변화하고자 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음식을 더 안 먹는 게 아니라 다이어트 약을 더 먹는 그런 아이러니함이다.


어제는 거의 매일 마셨던 술을 마시지 않고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조금의 생기가 돌아와 있었다. 아직은 내 몸의 재생세포들이 힘을 내고 있구나 안심이 되었다.

나이 들어가는 게 벌써 이렇게 신경 쓰이는 문제라면 정말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환절기가 되면 그래서 화장품이나 성형광고가 쏟아져 나오나 보다.

다가오는 계절의 변화가 지나고 나면 또 정신없이 지내느라 이 문제를 인식하지 않게 되겠지만 오늘의 나는 얼굴에서 빛을 잃어가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늙어감의 징후들에 마음까지 상하지 않으려면 나의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난 무엇을 덜어 내야 할까?


잦은 음주부터 조금씩 방향을 틀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외모의 변화를 편하게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려면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 40부터 시작한 달리기 또는 운동이라고 했다.

나는 과하게 몸을 만드는 일에는 흥미도 소질도 없지만 (그렇게 믿고 싶지만) 꾸준히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보다 정신건강에 너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열 번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  예쁘다는 말보다는 건강해 보인다는 말이 더 반가운 중년의 길목에서 무엇을 덜하고 더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적어 보는 일로 남아있는 생기와 빛을 유지시키는 일을 시작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일주일간의 금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