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드나잍호텔 Aug 29. 2022

읽는 것은 듣는 거예요.

잘 듣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 글자 한 글자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


살아가는 이야기, 머릿속의 상상을 묘사하는 글들을 만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과 같다. 일곱 살 때 살던 곳을 떠나 멀리 이사를 다니면서 갑자기 놀던 친구들과 헤어진 나는 무료함과 외로움에 부모님께 매일 투정을 부렸었다.

같이 놀 친구가 없어 심심하다고 징징대는 나에게 엄마는 이웃집 책을 빌려볼 수 있게 연결해 주셨다. 집집마다 책장에는 전집들이 있었고 그 집 아이가 읽지 않은 오래된 책까지 하루에 몇 권씩 빌려와 책 속에 빠져 들었다. 그때의 유일한 친구는 동화 속 인물들이었다.

그 시간들이 지금 돌이켜 보면 소중하고 특별한 시절이었다. 생생히 마음에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러고 보면, 늘 외로운 날들에는 책이 또는 음악이 함께 해줬다.


하지만 나이가 들 수록 책 읽는 것, 음악을 듣는 것이 힘이 드는 일이 되고 있다.  


내 생각에는 자꾸 머리와 마음이 굳어지는 이유인 것 같다. 남의 얘기를 듣기보다 살아온 대로 굳어진 내 마음을  생각이 점점 없어지는 것이다.

잘 듣는 것이 무엇보다 성장에 가장 큰 도움이 되고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는 것을 알지만 글들에 집중하기도, 들으려는 자세가 되는 것도 점점 쉽지가 않다.

특히 소설은 읽은 지가 너무 오래돼서 내가 어떤 소설을 좋아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 있다. 나는 듣기보다는 말하고 싶구나- 생각하니 너무 재미없는 친구가 돼버린 것 같다. 잘 들어주는 친구만큼 좋은 친구도 없는데 외로운 날들을 보듬어 준 이야기들에게 난 재미없는 사람이 돼버린지도 모르겠다. 좋은 글을 쓰려면 또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잘 들어야 한다.

이번 가을은 잘 듣는 친구로 돌아가야지. 책이 나에게 마음껏 자기 얘기를 해줄 수 있게 귀를 열어 놔야지. 무엇보다 누군가의 얘기를 듣기 너무 좋은 계절이 시작되었다.


다시 마음껏 들으며,  머릿속의 세상을  넓게 깊게 만들어 나도  얘기들로 새로운 얘기들을 만들어야 재미있는 친구가   있겠지.





작가의 이전글 혼자만의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