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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Oct 02. 2022

떠나자.

여행의 시작은 준비부터.


어제는 밤에 잠이 오지 않아 항공권을 검색했다. 코로나 시대가 점차 지나가면서 인스타그램에 수많은 사람들의 여행기가 올라오니 도저히 몸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어 나도 그 행렬에 결국 동참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아 밤중에 혼자 항공권 검색만 몇 달을 하고 있던 차였다.

창이공항, 히드로, 샤를 드 골 이름만 보아도 설레는 공항 이름들을 보면서 정말 나는 설레려고 사는구나 싶기도 하고 도저히 돈을 못 모으네 벌써부터 죄의식이 끼어들기도 한다.

그래도 결정을 했으니 가벼운 쪽으로 생각을 전환하자. 항공권 검색을 시작으로 여행경비 계산, 아이들과 여행이라 부모 여행 동의서, 숙박에 관련된 자료 모으기 등 가지에 가지를 쳐서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같이 몰아닥친다.

그 과정이 제일 재밌다는 게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아닐까? 막상 가서 계획한 미션들을 클리어할 때 보다 준비하는 시간 동안 구상하고 상상해 보는 재미가 여행의 백미인 듯.


​너무 계획하려 하지 말 것-

너무 무리하지 말 것-

커디션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일정으로 짤 것-

​세세한 항목들을 적기 전에 대전제를 미리 새겨 넣어 준다. 그런데 이미 무리한 일정으로 항공편을 예약하려 하니 친구가 말렸다. 그렇게 했다간 전체 여행이 힘들어진다고 특히 아이 동반 여행에서는 정말 무리라고. 아차-싶어 바로 수정을 하고 버려야 할 가치는 버린다.

여행을 준비하는 것은 글을 쓰는 것과 닮아 있다. 생각들을 나열해 기록하고 그 기록을 다시 읽어 보며 수정을 할수록 좋은 글이 나온다.

글을 소소히 쓰면서도 제대로 된 탈고와는 거리를 둔 글쓰기를 반복하는 내가 그래도 가진 장점은 나보다 먼저 경험한 사람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

글 내용이나, 아이디어- 그리고 계획들에 대해서 신뢰하는 친구가 해주는 얘기들, 처음 본 사람이 명쾌하고 적절하게 집어 주는 것들에 대해서 열려있는 편이다.

나의 생각이 나 계획을 수정 가능한 사람이라는 점이 내가 좋은 여행을 할 수 있게 해 줄 것 같다.

준비의 시작부터 그야말로 수 억 깨지기 시작하는 여행이지만 이미 방아쇠는 당겨졌다.

돌이킬 수 없다. 그냥 밀고 나가기로 한다.  

나이가 들수록 뭐든 실행하는 게 더 어렵다. 길게 짠 인생의 계획에 변수가 생기는 게 혼란스러워진다. 5년 후에 얼마- 모을 것을 예상했는데 그 계획은 뒤로 밀리게 된다.

그러나 그 변수들을 일일이 제어할 수도 없거니와 좀 그래도 되겠다 싶어졌다.

어제 마신 술의 숙취가 센 오늘이어서 그런지 만사 또 다 귀찮아졌지만, 일단 내일은 오전에 커피를 마시고 항공권을 사버릴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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